대구 침산동 악취 가스 사고의 원인이 주변 산업단지 대기오염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대구시가 공단 지역 공해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도 대책 마련에 늑장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지난해 서울시립대학교에 '염색산단 등 7개 도심산단 공해(악취 등) 해결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해 그해 12월 결과를 받았다. 여기에는 경상여고에 인접한 제3산업단지도 포함됐는데, 이곳 대기오염도와 악취 수준이 문제로 지적됐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제3산단의 유해대기오염물질(HAPs) 연간 배출량은 6천904kg으로 성서산업단지(2만194kg), 대구염색산업단지(7천6kg)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제3산단 일대의 HAPs 배출량이 높은 원인으로는 안경 부품 제조나 코팅, 금속선반 가공업에서 주로 쓰는 화학물질·기름 등이 지목됐다. 조사 결과 염화수소 사용량이 연간 4천271kg에 달했고 시안화수소(1천536kg), 니켈 화합물(342kg), 크롬 화합물(290kg) 등의 순으로 배출량이 많았다.
제3산단에 속하지 않는 경상여고 주변 영세 사업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보고서는 "산단에서 배출돼 주변으로 분산·확산하는 물질은 산단 내부보다 주변지역에서 더 높은 농도를 나타냈다"며 "대기 중 악취 기여도가 높은 우선순위를 파악해 산단 주변 배출시설에 대해서까지 유해물질 저감정책과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대구시가 보고서를 받아들고도 9개월 동안 아무런 대책 마련을 하지 않는 사이 경상여고 악취 가스 사고가 재발한 것.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시가 문제 해결을 늦잡는 동안 학생과 주민들은 유해물질 속에 노출돼 피해가 누적됐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도 5일 성명을 내고 "조례를 통해 엄격한 관리가 가능하지만 대구시가 손을 놓고 있었다"며 "시는 경상여고 주변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 관리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는 제3산단 일대 특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올 연말부터 제3산단 대다수 중소사업장에 대한 방진시설 설치비 90% 지원, 쿨링로드 도입 등을 시행하겠다"며 "또 이동식 유해대기물질 측정차량과 드론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환경부에 건의해 경상여고에 정부 유해대기물질 국가측정망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해대기오염물질(HAPs)=금속·고무·원유 가공업종에서 주로 배출되는 물질. 저농도로 장기간 섭취·노출할 때 인체 위해가 우려된다. 카드뮴, 다이옥신, 벤젠 등 발암물질이 대거 포함되며, 일반적 대기오염물질과 달리 전체 배출량의 61%가 굴뚝이 아닌 시설·공정 등에서 날려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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