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 공경이 관계 회복 열쇠"…대구교육청 孝 통한 인성교육

['小. 確. 幸' 인성교육] ③관계 회복을 통한 행복하기

'노인 공경이 관계 회복의 열쇠'

김민중 대구 다사초교 교사는 "전통 농경 사회에서 노인은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했다. 풍부한 경험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지혜와 판단력이 공동체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는 것.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노인의 위상이 급격히 바뀌었다. 기계가 없던 시간들의 경험은 가치가 떨어졌다. 그렇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사이를 잇는 끈이 사라지면서 공동체에도 균열이 생겼다. 맞벌이로 자녀의 돌봄과 교육에 공백이 생기자 조부모 세대가 그 짐을 짊어졌지만 손자 세대는 그 노력과 희생을 잘 모른 채 성장한다. 대구시교육청이 조손 관계에 초점을 맞춘 관계 회복과 효행교육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만남에서 시작하는 효

대구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인성교육 가운데 효행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효행중점학교로 욱수초교, 교사연구동아리 운영 학교로 다사초교와 함지초교를 선정했다. 이들 학교를 중심으로 효행교육을 확산하겠다는 의도다.

효행중점학교로 지정된 욱수초교는 다양한 형태로 효행 습관 기르기 활동을 진행 중이다. 체험학습 보고서와 사진 등을 모아 선보인 효 나눔 전시회 모습. 욱수초교 제공
효행중점학교로 지정된 욱수초교는 다양한 형태로 효행 습관 기르기 활동을 진행 중이다. 체험학습 보고서와 사진 등을 모아 선보인 효 나눔 전시회 모습. 욱수초교 제공

욱수초교는 올해 '통(通) 관계 회복을 통한 효행 습관 기르기'라는 주제로 효행중점학교를 1년간 운영 중이다. '1·3세대 관계 회복, 2·3세대 관계 회복, 지역사회 관계 회복을 통한 효행 습관 기르기'라는 큰 주제 안에서 창의적체험활동을 연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3, 4월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은 지역 할머니들이 기획한 인형극을 관람했다. 5월엔 3, 4학년을 대상으로 노인 이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3학년은 경로당을 방문했다.

6월에는 1, 3, 5학년을 대상으로 선비문화 체험학습을 실시하며 효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달엔 '조부모님과 함께한 1박 2일 체험학습' 보고서와 매달 실시된 효의 날 사진을 모아 '효 나눔 전시회'와 사진전도 열었다.

이것으로 올해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게 아니다. 아직 진행되길 기다리는 것도 여러 개다. 다음달 욱수 효사랑 체육한마당을 열어 조부모님, 부모님, 지역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축제를 마련한다. '조부모님과 함께하는 요리교실'도 진행한다.

욱수초교 관계자는 "다양한 활동들을 교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재구성해 아이들이 효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게 했다"며 "앞으로도 부모와 조부모, 지역사회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효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다사초교의 교사연구동아리는 '다사랑 효랜드'라는 이름으로 효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과정을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활동을 계획했다. 다사초교 류성진 교장은 "학생들이 노인 역할을 해보는 체험을 통해 노인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효의 의미와 실천 의지를 더욱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함지초교 교사연구동아리가 내세운 브랜드는 '함지 효덱스'. 세계적인 택배 업체의 이름에서 착안, '효를 배달한다'는 개념을 담았다. 아이들이 조부모와 부모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작은 선물 드리기' 활동을 진행 중이다. 효행 작품집도 제작할 계획이다.

북대구초교와 들안길초교의 효행교육도 인상적이다. 북대구초교 3학년 학생들은 지난 6월 인근 아파트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에 다듬이, 곰방대 등 옛날 생활용품 얘기를 듣고, 민속놀이도 함께했다. 그러면서 세대 간 격차도 조금씩 허물어졌다.

들안길초교 경우 5~6월 매주 금요일 학생들이 인근 경로당을 찾았다. 이들은 어르신들로부터 서예와 옛 시조 등을 배웠다. 또 리코더 합주, 합창 등 공연을 선보여 어르신들의 마음을 녹였다.

이들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이 어르신들로부터 생소했던 촌수 관계, 친척 호칭 등은 물론 공수 인사법 등 생활 예절도 배웠다"며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구지중 학생들은
구지중 학생들은 '우리마을 사랑나눔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지역의 구지노인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트로트 공연 등을 선사해 눈길을 끌었다. 구지중 제공

◆'어른됨'을 생각하는 사춘기 학생들

중·고교들도 효행교육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고교생들이 노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세대 간 생각의 간극을 좁히게 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성인이 됐을 때 갖게 될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이 교육의 목표다.

경운중 3학년 학생들은 지난 5월 교내에서 관·계례를 체험했다. 관례와 계례는 조선 시대의 성인식. 이를 통해 진정한 성인이 되고 결혼해 자손이 번성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남학생들은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등 관례, 여학생들은 한복을 갖춰 입은 채 비녀를 꽂는 등 계례를 경험했다.

학생들은 낯선 모습을 마주하며 조금씩 수줍고 어색해 했다. 외부 강사로부터 우리의 전통인 '공경과 존중의 효 문화'을 접했고, 성인식의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도 느꼈다.

경운중 이상훈 교장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학생들이 차분하게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고 효도와 예절의 중요성을 느끼는 기회가 됐다"며 "특히 성인식을 체험하면서 어른이 됐을 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생각해볼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구지중은 '세대 간 간격 좁히기' 행사를 매년 이어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구지노인회관에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우리마을 사랑나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은 힘을 모아 어르신들에게 국수와 수육 등 음식을 대접했다. 교사가 연주하는 색소폰 반주에 맞춰 학생들이 트로트 가요를 부르자 어르신들은 흥이 났다.

행사에 참여한 한 노인은 학생들의 정성에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맘때쯤이면 '올해는 학생들이 언제쯤 오려나'하고 기다리게 됐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학생들도 이 행사가 뜻깊게 다가오긴 마찬가지. 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뿌듯했다",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할머니가 트로트를 들으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노래를 불러드리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웃었다.

구지중 최율옥 교장은 "학생자치회 주도로 이 행사가 이뤄졌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모습을 보게 돼 흐뭇하다"며 "세대 간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여고는 예절지도 전문가들을 초청해 계례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전통 예절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여고 제공
경북여고는 예절지도 전문가들을 초청해 계례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전통 예절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여고 제공

경북여고도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예절 및 여성의 계례 체험교육을 실시했다. 민간기관의 예절지도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2학년 학생들은 한복 입는 법부터 전통의례 등을 배우고, 계례를 직접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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