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막 하자는' 文대통령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민심(民心)을 거스른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보고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떠올랐다. 여론은 물론 객관적으로도 장관 자격을 잃은 사람을, 더욱이 부인이 검찰에 의해 기소된 마당에 그것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 장관에 앉힌 것은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宣戰布告)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막판까지 장관 임명을 두고 장고(長考)했다고 청와대는 포장했지만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이 문 대통령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의혹들과 검찰 수사는 물론 국민의 거센 반대 여론도 문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조국 임명을 통해 '한 번 입력되면 변하지 않는' 문 대통령 스타일이 다시 드러났다. 일단 생각을 굳히면 바꾸지 않고, 어떤 사안이든 결정하면 끝까지 가는 문 대통령의 고집은 반일(反日), 북한,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인사까지 국정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무리 결격 논란이 있고 야당은 물론 국민이 반대해도 '내 사람'은 무조건 임명한 탓에 5년 임기 반환점이 돌기도 전에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2명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 노무현 정부(3명)를 훨씬 넘어 '독선적 코드 인사'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한 지인은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을 '잘된 일'이라고 했다. 국민이 문재인 정권의 실체를 확실하게 알게 된 것과 함께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완전히 접을 수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검찰 수사를 통해 조국을, 국민 저항을 통해 정권까지 '똘똘말이'로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고, 이 에너지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다. 내년 총선 승리와 차기 집권 도모 차원에서 지지 진영만을 끌어안으려 '조국 장관 카드'를 밀어붙인 문 대통령의 처사는 대통령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다. 장관 임명으로 '조국 사태'가 끝나기는커녕 국민 반발로 '문재인 사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갈수록 혼돈으로 치닫는 이 나라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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