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등 강도 높은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후 나라 안팎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반발한 한국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해 그 규모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한국인이 80%를 넘었으며,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국내 여행으로 바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됐다.
지은이 호사카 유지 교수는 정치외교, 정치경제, 영유권 문제, 한일 문화비교 분야 전문가이다. 30여 년간 한일관계를 연구해온 호사카 교수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특성 차이를 비교분석함은 물론 일본이 침략 사상을 갖게 된 근원을 역사적 사실과 함께 면밀하게 밝히고 있다.

◆먼저 상대방 연구 하는 일본
일본인들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미리부터 세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치밀한 준비를 한다. 연초에는 한 해 동안의 모든 계획이 나오고, 세워놓은 계획에 맞춰 순서대로 일을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이익이 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오지 않으면 절대로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모험정신이 없다. 그래서 일본 내에는 벤처기업이 그다지 번성하지 못한다. 일본은 남을 이기기 위해서,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정한 공식을 갖고 산다. 또 일본인에게는 속마음(혼네)과 겉마음(다테마에)이라는 삶의 방식이 있다. 일본인들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먼저 상세히 연구한다. 상대방을 파악한 후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 일본은 선제공격을 시작한다. 진주만 공격 같은 선제공격 형태가 일본의 병학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인은 평화사상을 기초로 하는 유교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선제공격이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상대를 연구하여 파고들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적을 이기면 선(善), 지면 악(惡)
일본인에게는 무사시대, 무사들의 경전 이었던 '손자병법' 정신이 깔려 있다. 손자병법은 침략을 악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타국을 침략하여 영토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은 조선을 비롯해 아시아를 침략했던 일을 '나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침략'이란 영토 확장을 위한 병학적 전략이 성공한 결과일 뿐이었다. 중국에서 생겨난 주자학은 한국에서 더 깊이 발전되어 한국의 국교까지 되었다. 중국에서 유교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손자병법은 일본에서 더욱 발전되어 일본 사상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병법에서 말하는 선이란 전쟁에 나가 이겨야 하는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이기기만 하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선인 것이다. 적의 인권 같은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병법에서 악이란 전쟁에서 지는 것이다. 그리고 무력을 쓸데없이 소모시키는 것도 악이다. 이처럼 일본은 오랜 세월동안 전쟁에서의 승리를 중심으로 한 선악의 기준을 윤리기준에도 꿰맞춰왔다. 그래서 일본에는 인도적이고 보편적인 선악의 기준이 매우 미약하다.
◆일본의 한반도 경시사상은 언제?
근접해 있는 나라끼리는 대부분 사이가 나쁘다. 섬나라인 일본은 대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반도가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다. 일본인의 가슴 밑바닥에 한국을 경시하는 원인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백제와 일본은 원래 형제처럼 친밀한 관계였다. 백제가 당나라 군대와 손을 잡은 신라에게 함락되자 일본은 백제를 구하려고 수차례 군대를 보냈지만 나당 연합군에 무참히 전멸당하고 백제도 멸망해 버린다. 나당 연합군이 일본으로 쳐들어올까 위협을 느낀 일본은 그로부터 한반도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그리고 일본은 국가를 새로 정비하고 대대적인 역사서 편찬 작업을 행한다. 국학 사상의 2대 성전인 '기기(記紀)'를 712년, 720년 완성한다. 그런데 기기의 역사 속에 '일본의 한국 경시 사상과 침략사상'이 들어 있다. 한반도에서 패배했으면서도 반대로 한반도를 점령했다는 식으로 바꿔서 기술해 놓았다. 일본은 한반도를 강력하게 무시함으로써 일본을 하나의 덩어리로 힘을 모으려고 꾸몄던 픽션이 결국 이데올로기로 변해버린 것이다.

◆평화 철학이 없는 일본 국가신도
일본인도 평화를 사랑하지만, 일본에는 평화를 확립하는 철학이 없다. 일본 메이지 정부는 사실상의 국교로서 '국가신도(國家神道)'를 설립했다. 국가신도는 일본인 조상신인 아마테라스를 신봉하고, 그 직계 자손이라고 일컬어지는 일왕을 신으로 숭배하는 종교다. 아마테라스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닌 여신이다. 신칙에는 '무한한 하늘의 나라를 통치하는 아마테라스의 직계자손이 지상 세계 또한 영원히 통치해야 한다'고 돼있다. 국가신도는 일본 신의 직계 자손인 일왕이 일본뿐 아니라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신칙에는 종교적 메시지가 아닌 통치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이 부분을 '해외팽창' 정책을 취하려던 일본 정부가 유용하게 꿰맞춰 침략 이데올로기로 발전시켰다. 이처럼 일본 국가 신도 속에는 개인에 대한 구제사상이라든가 대외적인 평화사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독재사상과 대외 침략사상으로 이어진 피비린내가 눌러 붙어 있다.
지은이는 "한국이 일본에게 또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선악의 기준을 확고히 세움과 동시에 일본에게 약점을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7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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