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듯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도 제각각이다. 학교도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런 프로그램과 지원책들이 거창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프로그램에 이색적인 이름, 독특한 이름, 기억에 남는 이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소소한 활동, 다른 곳에서 해봤거나 하고 있음직한 프로그램도 괜찮다. 얼마나 내실 있게 꾸려지고,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 근화여자고등학교와 대구 달성고등학교의 사례가 더욱 눈길을 끈다.
◆철학과 음악이 감도는 곳, 근화여고
'근화 바칼로레아'는 근화여고가 3년째 진행하는 인문학 프로그램. 이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 현상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깊이 있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칼로레아(Baccalaureat)는 프랑스의 중등과정 졸업시험. 철학적 주제에 대한 논술 시험으로도 유명하다. 깊이 있는,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글을 전개해야 한다. 매년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 논제는 프랑스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될 정도다.
근화 바칼로레아라는 이름도 여기서 따온 것이다. 그런 만큼 학생들이 더 깊고,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연 4회 전문가를 초청, 철학적 주제에 대해 특강을 진행한다. 그리고 2주 뒤에는 바칼로레아의 형식을 빌려 특강의 내용과 관련된 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개진하는 '학술 에세이 대회'를 연다.

올해 상반기에 마련한 특강의 주제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와 패러다임, 21세기의 성(性)과 사랑'. 지난 9일에는 '장자와 나의 자유'를 주제로 특강이 진행됐다.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의 최동석(안드레아) 신부가 강사로 나서 장자의 삶과 사상에 대해 설명했다.
서정태 근화여고 교장은 "바른 인성을 갖게 할 뿐 아니라 합리적,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려는 시도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보다 폭넓은 인문학적 관점을 가지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근화여고의 점심시간, 교정에선 종종 음악이 흐른다. 매월 셋째 주 점심시간에 음악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틈새 공연'이라 이름 붙인 프로그램이다. 점심시간을 80분으로 늘려 운영하는 것도 학생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공연 형식과 내용은 다양한다. 클래식 기악 연주, 합창, K-POP 댄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공연의 주제는 정해뒀다. 4월엔 '봄', 5월에는 '감사'를 주제로 공연을 진행했다.
지난 11일에는 가톨릭계 학교답게 '순교자 성월'을 주제로 공연이 이어졌다. 합창부 동아리의 성가 '꽃' 합창, 한주현 학생의 '상사화' 독창 외에 김윤지 학생이 피아노로 쇼팽의 곡을 연주했다. 김지연, 김언주, 우다영 학생은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의 3중주로 어쿠스틱 카페(Acoustic Cafe)의 '라스트 카니발(Last Carnival)'을 들려줬다.
틈새 공연을 기획한 변경석 근화여고 교감은 "학생들이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 잠시라도 여유를 갖고 음악을 즐기는 시간을 선사하려고 준비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꿈에 맞는 길 안내, 달성고
학생들의 꿈은 다양하다. 진로도 마찬가지. 하지만 대개 그렇듯 평범한 고교생이라면 먼저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달성고는 진로와 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특강을 진행하고, 도서관을 새로 단장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8일 달성고 도서관 '달규장각'이 새 모습을 드러냈다. 달규장각은 '달성'과 '규장각'을 모은 이름. 교내 공모를 통해 얻은 명칭으로 '밤하늘의 달빛처럼 빛나는 공간이 되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총 면적은 332.5㎡에 달한다.
달규장각은 세 가지 공간이 융합된 시설이다. ▷미래 교실 수업 공간 ▷학생 쉼터 및 정보 검색 공간 ▷모둠 토론이 가능한 독서동아리실이 그것이다. 그런 만큼 일반 교실에서 하기 힘든 수업도 이곳에서 진행한다는 게 학교 측의 복안이다. 수행평가 모둠별 발표, 대형 스크린을 통한 감성 수업, 찬성과 반대로 나눠 진행하는 토론 수업 등이 이곳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모갑종 달성고 교장은 "교실 수업을 개선하는 데 달규장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책 읽기를 생활화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달규장각이 꿈을 펼쳐 나가기 위한 토대라면 맞춤형 진로, 진학 프로그램은 앞을 헤쳐나갈 도구다. 달성고는 여러 기관단체와 연계해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고 진학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달성고는 과학·기술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기술 분야 드림톡 콘서트'를 열었다. 이 행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상진 동의대 교수와 박종섭 ㈜메이커노믹스 대표이사가 강의를 맡았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ICT, 소프트웨어 산업. 이들 전문가는 학생들이 사전에 작성한 질문을 바탕으로 강연을 이끌었다. 강연 후에는 1대 1로 개별 멘토링 과정도 진행됐다.
이 교수는 "신소재는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크다. 부모님이 원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꾸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인간과 같은 인공 지능은 얻기 힘들 것"이라며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다"고 조언했다.
이들의 강의를 들은 1학년 이수혁 학생은 "평소 궁금해 하던 과학 분야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됐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지난 7월말부터 한달여 동안 달성고는 3학년 학생 40여 명을 대상으로 대입 수시모집 및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 집중 컨설팅 과정도 운영했다. 대구 서구청 진로진학지원센터와 연계해 진학 지도 경험이 많은 다른 학교 현직 교사 등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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