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퇴로 없는 사립대학]<상> 신입생 없는 대학…"퇴로·폐교 사후 대책 마련해야"

폐교 대학, 시설은 사실상 방치 상태... 학령 인구 감소, 대학은 줄줄이 폐교 우려

지난해 2월 폐교한 대구외국어대학교 정문 앞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이연정 기자
지난해 2월 폐교한 대구외국어대학교 정문 앞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이연정 기자

이제 대학은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적 부침을 겪는 대학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학이 문을 닫는 건 시간문제다. '줄줄이 폐교'의 우려 속에 이미 폐교한 대학은 여전히 잔여 재산 청산과 구성원 임금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된 채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대학은 위기 상황이다. 인구가 적은 남쪽 지역 지방대학부터 쓰러진다는 의미다. 지역 대학도 신입생 모집난과 경영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부실대학 정리 및 폐교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신문은 두 차례에 걸쳐 퇴로도, 폐교 후 대책도 없는 지역 대학들의 현재 상황과 이를 극복할 대책 등에 대해 짚어본다.

◆폐교 대학, 시설은 사실상 방치 상태

25일 찾은 경산의 대구외국어대학교. 큰 길가에서 학교로 향하는 왕복 2차선 오르막길이 검은 펜스로 틈 없이 막혀 있었다. 펜스 위에는 '출입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는 상황. 펜스 너머로는 한눈에 봐도 낡은 외벽의 관리실과 도로에 듬성듬성 놓인 흙, 풀더미가 눈에 띄었다. 10분이 넘도록 학교 앞은 차만 쌩쌩 달릴 뿐,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았다.

인근 영남외국어대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53) 씨는 "사람들이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펜스를 낮게 쳐놓아서 나쁜 일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며 "학생들 발길이 끊기니 적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지난해 2월 경영난으로 자진 폐교한 대구미래대학교도 캠퍼스 내 건물과 운동장 등 대부분의 시설이 폐교 이후 방치된 상태다. 건물들은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부지 곳곳에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구미래대는 2015년도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E등급 대학(상시 컨설팅 대학)이었다. 신입생 충원율이 2017년 34.8% 수준에 그치는 등 학생 모집난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다. 교직원 임금 체불 등으로 법적 다툼도 벌어졌다.

학교법인 애광학원은 대구미래대를 경영해온 곳. 애광학원은 결국 대학을 계속 운영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 폐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구미래대는 자진 폐지를 신청하고 교육부가 인가한 첫 전문대학이 됐다.

애광학원에 따르면 대구미래대는 일부 교수들과의 임금 체불 관련 소송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연구실에 교수들의 물품이 그대로 남은 경우도 있다 보니 폐건물을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해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광학원 관계자는 "경북도립재활병원 건립을 유치하는 등 국책사업 확보를 통해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려고 재단도 꾸준히 노력해온 것으로 안다"며 "폐교 이후 교육용 재산이 아닌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됐음에도 교육부가 일일이 지출 내역을 점검하는 등 아직 제한이 많다"고 했다.

이렇듯 사학법인들이 대부분 폐교 이후에도 잔여재산 청산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나 지자체가 학교 구성원 임금과 관련된 사후 지원책 등 종합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교법인은 저마다 건학 이념을 갖고 학교를 설립했기에 일종의 '특허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사학에도 국공립대처럼 공공성을 요구하며 재산 처분 등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립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부실대학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교직원 임금 체불 등 폐교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양산될 수 있다. 이를 포괄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경영난으로 자진 폐교한 대구미래대학교 정문의 차량 차단기가 파손돼있다. 이연정 기자
지난해 2월 경영난으로 자진 폐교한 대구미래대학교 정문의 차량 차단기가 파손돼있다. 이연정 기자

◆학령인구 감소, 대학은 줄줄이 폐교 우려

폐교 후에도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대학들의 사례는 앞으로 더 쏟아질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오는 11월 14일 치러지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구경북지구 응시원서 접수마감 결과 지원자 수가 총 5만174명으로, 지난해보다 4천544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경북이 각각 2천642명, 1천902명 줄었다.

송원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의 대입 예상경쟁률도 사상 처음으로 1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체 지원자 중 72.9%(3만6천577명)가 4년제 대학에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 내년도 평균 대입 예상경쟁률은 0.96대 1. 지난해는 1.05대 1이었다.

2년제 이상 대학으로 폭을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경우 입학 정원(6만9천273명)을 반영한 단순 평균 대입 예상경쟁률은 0.72대 1. 수험생이 1만9천99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구경북권 4년제 대학 7.6곳의 대학 입학 정원과 맞먹는다.

교육부도 지난해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 설명 자료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밝혔다. 2018학년도 입학 정원 48만3천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21학년도에는 정원보다 수험생이 5만6천명 부족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상황이 더 심화할 전망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20년 대구 고3 학생 수는 2만6천76명으로 올해보다 3천411명(-11.6%)이 줄어든다. 2031년에는 2만1천728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대구경북 대학도 정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신입생, 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상황. 하지만 실제 입학 정원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 지역 대학의 관계자는 "사실상 학과별 경쟁 등으로 입학 정원 줄이는 게 힘드니 신입생을 최대한 끌어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교육부의 평가 기준에 맞추려 하다 보니 대학들이 출혈경쟁 속에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 대구경북 대학 모집정원은 오히려 늘었다. 지성학원에 따르면 2020학년도 대구경북의 4년제 대학 모집정원은 3만5천108명으로 지난해보다 113명 증가했다. 전문대학 또한 전년도보다 940명 늘었다.

윤일현 지성학원 진학실장은 "대학 지명도와 학과의 인기도에 따라 지원자 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럴 경우 중하위권 4년제 대학 비인기 학과는 신입생을 확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급격한 수험생 감소에 대비해 대학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지역 수험생 유인책을 준비하는 등 구체적인 자구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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