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 할아버지(78)는 2017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2018년부터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에서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오른 손이 많이 떨리고, 움직임이 둔하고 느린 편이지만, 30㎡(9평) 남짓한 작은 텃밭인데다가, 시간에 맞춰 빨리빨리 해야 할 일도 아니니 텃밭 가꾸기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생업에서 은퇴한 뒤, 특히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정균 할아버지는 무기력했다. 딱히 해야 할 일이 없고, 가야 할 곳도 없어서 무료한 날들을 보냈다. 표정은 어두워졌고, 말 수도 차츰 줄었다.
◇ 은퇴한 아버지의 소중한 공간
지난 해 텃밭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정균 할아버지는 달라졌다. 우선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오전 일찍 집에서 800미터쯤 떨어진 텃밭까지 걸어가서 풀을 뽑고, 물을 주고, 철따라 씨앗도 뿌리고 모종도 심는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하고, 내일은 무슨 일을 할지 상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무표정하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났고, 말 수도 늘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할 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직접 기른 수확물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점이 큰 기쁨이다.
정균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농사를 지은 적도 있는데, 텃밭농사를 짓고 있자니 오랜 세월을 거슬러 젊은 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은근한 즐거움이 돋아난다. 할아버지의 딸은 "딱히 해야 할 일도 없고, 몸도 불편하신 아버지께 텃밭은 정말 소중한 일터이자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심 곳곳에 텃밭이 많이 생겨서 도시에 거주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즐거움을 누리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 한 평 텃밭, 만 평의 즐거움
정균 할아버지의 딸은 아파트에 거주한다. 새로 지은 이 아파트에는 작은 텃밭이 딸려 있다. 집집마다 한 평도 안 되는 텃밭이지만, 딸 가족(남편과 두 딸)들에게는 만 평의 기쁨과 가정에 화목을 주는 공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언제 싹이 날까. 어떤 모양일까. 어느 채소가 먼저 날까… 등등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집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등굣길에 텃밭에 들러 먼저 물을 주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바른 인성을 기르는 일이고, 가정의 화목을 다지는 일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고 말한다. 싱싱하고 건강한 채소는 덤으로 얻는 행복이다.
그녀는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냉장고에 마트에서 사다놓은 채소가 있지만, 아이들에게 텃밭에 가서 상추 좀 뜯어오라고 심부름 보냅니다. 공부할 시간조차 부족할 때도 있지만, 두 딸은 텃밭 심부름이라면 싫은 내색하지 않고 즐겁게 다녀옵니다. 한 평도 안 되는 텃밭이 우리 가정에 주는 기쁨은 만 평쯤 되는 것 같습니다"고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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