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암을 냄새로 찾는 개와 전자 코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입 냄새가 심한 사람이 가끔 있다. 얼핏 보면 양치를 하지 않아서 입 냄새가 심한 것 같지만 위장에 병이 입 냄새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몸에 병이 있는지 없는지 냄새를 맡아서 알 수 있을까?

요즘 병원에 가면 각종 첨단 의료장비들이 있어서 여러 가지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도 해준다. 그런데도 고집스럽게 냄새로 암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사람보다 1만배에서 1억배 정도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알려진 개는 요즘 국제공항에서 여행객의 가방 속 마약을 찾아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럼 개가 냄새로 암도 찾아낼 수 있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의 실험실을 들여다보자.

▶당뇨병 환자 오줌과 개미

당뇨병 환자가 나무 밑에 오줌을 누면 개미들이 모여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유럽과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일부러 나무 밑에 오줌을 누고 개미가 모이는지 지켜보며 병을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미들이 왜 오줌에 모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뇨병(糖尿病)'이란 단어의 한자를 보면 사탕 당(糖), 오줌 뇨(尿), 병 병(病)이다. 그러니까 사탕같이 달콤한 맛이 나는 오줌을 누는 병이라는 말이다. 우리 몸에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소중한 당을 쓸 데 없이 오줌으로 많이 배출해버리는 병이 당뇨병이다. 그래서 그 달콤한 당이 많이 들어있는 오줌에 개미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옛날에야 오줌에 개미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당뇨병을 알아봤다지만 요즘은 정확한 병의 진단을 위해서 병원에서 첨단장비로 정밀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냄새로 암을 찾는 개

개를 훈련시켜 마약을 찾아내듯 사람 몸속의 암을 찾아내는 방법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있다. 바로 일본 큐슈대학교의 히데토 소노다 연구팀인데 개를 이용해서 대장암을 검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011년에 거트 학술지에 발표했다. 주변에 보면 몸에 암이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되어 치료도 제대로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암을 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빨리 암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연구팀은 후각이 매우 뛰어난 개를 이용하면 암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의 연구를 좀 더 살펴보자.

대장암 환자 한 명과 정상인 네 명으로부터 채취한 시료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다섯 명으로부터 호흡기 시료 등을 얻었는데 이 시료들을 각각 다른 상자에 넣은 후 그 상자의 위치를 무작위로 배열했다. 이후 개를 데려와서 대장암 환자의 호흡기 시료 냄새를 먼저 맡게 한 다음에 다섯 개의 상자의 냄새를 맡아서 대장암 환자의 시료를 찾도록 했다. 이와같이 33개의 호흡기 시료를 시험한 결과 기존에 병원에서 검사하는 방법과 비교했을 때에 개를 이용한 대장암 검출 시험이 91%나 일치했다. 그리고 조기암의 검출에 있어서는 개를 이용한 방법이 더 정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벌레로 암을 찾기

그렇다면 냄새를 잘 맡는 다른 동물을 이용해서 병을 찾는 것도 가능할까? 개 만큼이나 후각 수용체가 많아서 냄새를 잘 맡는 벌레를 이용해서 암을 찾고 있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그냥 호기심으로 연구하는 것을 넘어서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이라고 불리는 에스(S) 자 몸매의 작은 벌레를 이용해서 암을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해서 특허까지 냈다.

일본 코쿠리쓰다이가쿠호진 큐슈대학의 다카아키 히로츠와 히데토 소노다가 선충의 후각을 이용해서 암을 검출하는 방법의 특허를 2014년에 출원했다. 이 연구팀은 선충을 이용해서 병이 의심되는 사람의 몸으로부터 채취한 물질에서 나는 냄새를 선충이 맡아서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 병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예쁜꼬마 선충은 화학물질, 전기자극, 열 등에 자극을 받아 이동하는 주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성질을 암을 찾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선충은 위암, 직장암, 췌장암 등과 같은 암이 있을 때에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에 반응하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오줌 한 방울 정도의 양이면 선충을 이용해서 암 진단이 가능하며 검사시간도 1시간 반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전자 코로 암 진단

요즘은 사람의 후각을 모방해서 만든 전자 코라고 불리는 전자 기기를 이용해서 암을 진단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빈센트 로텔로 박사 연구팀은 암 진단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전자 코를 개발해서 2007년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특정한 단백질들을 검출할 수 있는 여섯 가지 나노 금 입자를 이용해서 전자 코를 만들었다. 여러 농도의 56종 단백질을 이용해서 전자 코로 분석한 결과 적중률이 96%나 되었다.

사람의 내쉬는 숨으로 폐암인지 알아내는 전자 코를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교수팀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대식 박사팀이 공동으로 개발하여 2017년에 센서 앤드 액추에이터 학술지에 발표했다. 폐암 환자의 숨 속에는 특정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들어 있는데 전자 코는 바로 이 물질을 감지한다.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의 날숨을 이용하여 전자 코로 테스트한 결과 75%의 정확도로 맞췄다고 한다.

또한 영국 암연구소는 환자의 호흡 속 물질을 분석해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의 임상시험을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2019년에 발표했다. 여기에 영국 올스톤 메디컬 기업체가 개발한 진단 기기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암세포로부터 나온 특정 휘발성 유기분자를 분석하여 암을 진단하는 기기다. 이 연구팀은 우선 식도 환자와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향후 전립선암이나 간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개와 선충을 이용해서 암을 찾는 방법과 전자 코를 이용해서 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이 방법들은 아직 연구개발 중인 기술이어서 당장 병원에서 사용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들이 좀 더 개발되면 암이나 여러 질병들을 좀 더 일찍 발견하여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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