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수입급감 일본맥주... 고대 월급은 맥주원료

김문환 세명대 교수
김문환 세명대 교수

진수(233~297)는 유비가 다스리던 촉나라 땅 사천성 출신의 진나라 역사가다. 그가 쓴 중국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권30 위서(魏書)의 동이전(東夷傳) 부여조(夫餘條)를 보자. 부여는 고구려와 백제의 기원으로 우리 민족의 뿌리다. "會同, 拜爵, 洗爵, 揖讓升降. 以殷正月祭天, 國中大會, 連日飲食歌舞."(회동 배작 세작 읍양승강 이은정월제천 국중대회 연일음식가무) 풀면 이렇다. "사람들이 모이면 술잔을 바치고, 씻고, 사양하며 들었다 놓는다. 은정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나라 한가운데 크게 모여, 연일 먹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춘다." '영고'(迎鼓)라고 불리는 부여의 풍속이 잘 드러난다.

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국민의 자발적인 소비 중단으로 국내에서 일본 맥주의 씨가 말랐다는 소식이다. 8월 1일에서 10일까지 일본 맥주 소비는 전년보다 무려 98.8%나 감소해 거의 끊겼다고 한다. 일제 맥주를 거부하는 애국운동에 즈음해 인류의 맥주 풍속 문화사를 들여다본다.

일본의 경제도발 이후 국민의 자발적인 소비 중단으로 국내에서 일본 맥주의 씨가 말랐다는 소식이다. 8월 1일에서 10일까지 일본 맥주 소비는 전년보다 무려 98.8%나 감소해 거의 끊겼다고 한다. 일제 맥주를 거부하는 애국운동에 즈음해 인류의 맥주 풍속 문화사를 들여다본다.

▶이집트 무덤에 공물로 맥주를 얼마나 넣었을까?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이집트 유물 전시 작품 중 4천 년 된 무덤 묘지석 그림을 보자. 주인공은 이집트 역사에서 중왕국으로 불리는 12왕조 때 궁정 재무관 벼슬을 하던 사크헤르티. BC 1970~1900년 사이 활동한 인물이다. 그의 뒤에서 아내가 다정한 포즈로 남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앞을 바라본다. 두 사람 앞에는 정성스럽게 차린 제사상이 놓였다. 각종 과일과 고기, 야채가 수북이 고였다.

빨대로 맥주 마시는 메소포타미아 남성. B.C14세기.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
빨대로 맥주 마시는 메소포타미아 남성. B.C14세기.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

고대 이집트인들은 망자가 사후 세계에서 영원히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의 음식물을 이렇게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해 넣어 줬다. 자손들은 효심을 강조하기 위해 상형문자로 얼마나 많은 양의 공물을 넣었는지 적어 뒀다. 사크헤르티 묘지석에 적힌 공물의 양이 놀랍다. 주식인 밀가루 빵 1천 개, 각종 고기류 1천 덩어리, 새 1천 마리를 사후 음식으로 바쳤다. 맥주도 있을까? 당연하다. 묘지석 그림 오른쪽 아래 둥그런 도자기가 맥주 단지다. 고작 하나? 그건 그림이고. 상형문자에 적힌 맥주 단지는 몇 개일까? 1천 개. 술고래라서가 아니다. 영생을 하며 영겁(永劫)의 세월 마실 양이라 그렇다. 이제 4천 년 전 맥주를 어떻게 마셨는지 들여다보자.

▶고대 맥주는 어떻게 마셨을까? 빨대로…

무대를 독일 수도 베를린으로 옮긴다. 이집트 역사 신왕국 18왕조 BC 14세기 그림의 오른쪽에 건장한 남성이 앉았다. 그 앞에 작은 체구의 남성 하인이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돕는 모습이다. 무엇을 도울까? 건장한 남성의 입을 보자. 빨대를 물었다. 오른손으로 잡은 빨대는 길게 장죽처럼 뻗는데, 'ㄱ' 자로 꺾여 단지 속으로 들어간다. 단지는? 맥주 단지다. 하인은 주인 남자가 빨대로 맥주를 빨아 마시는 것을 돕는다. 오른쪽에는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이를 지켜본다. 고대 맥주는 일종의 음식이었다. 배를 채우는 음식 성격도 컸다.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그림 속 남자의 차림을 보자. 이집트인인가? 아니다. 수염은 메소포타미아인을 상징한다. 허리춤의 단도는 그가 메소포타미아에서 온 용병임을 말해준다. 맥주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다.

▶BC 3000년 메소포타미아 월급은 맥주 재료

루브르박물관에서 BC 3300~3000년 사이 상형문자 점토판을 보자. 고대 메소포타미아 도시 우룩에서 출토됐다.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아니, 그려져 있는지 확인해 보자. 왼쪽에 있는 받침대 위에 마개가 덮인 단지가 보인다. 무슨 단지일까? 베를린 노이에스박물관 그림에서 보던 메소포타미아 맥주 단지와 비슷하다. 맥주 단지다. 오른쪽은 다양한 수효를 상징하는 점을 찍고 식물을 그렸다. 점은 숫자임을 알겠는데, 식물은? 발아 보리다. 맥주 원료인 싹 틔운 보리. 이제 점토판이 아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맥주 1단지를 빚을 수 있는 발아 보리의 수효다. 용도는? 급료라고 루브르박물관 측은 설명한다. 지금부터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월급은 식용 맥주 원료인 발아 보리였다. 가장 오래된 맥주 관련 유물에서 보는 맥주와 인간 삶의 관계다. 맥주 원료 발아 보리 월급은 쌀로 녹봉을 주던 우리네 풍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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