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을 만들다보면 가끔 갈등이 생긴다. 정정하겠다. 자주 갈등이 생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참여하는 모든 예술가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다.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은 열의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한다. 만약 아무런 다툼도 없다면 구성원들의 열의가 떨어진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좋은 작품은 갈등의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면서 완성된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이 너무 심해지는 것도 좋지 않다.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공유하되 어느 지점에서는 접점을 찾아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이것이 뮤지컬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또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모두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에 누군가는 자신의 주장이 거절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자신의 주장이 좌절되면 그때부터 예술가는 창의성과 영감을 잃고,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종류의 일만 책임감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은 팀에 큰 손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처음 제작을 시작할 때 구성원 모두에게 강조한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모든 취향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지만 이번 작업에는 이 사람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기로 했으니 그렇게 진행 하겠다고. 결국은 누구의 취향이 가장 존중받을 것인가의 문제로 정리가 된다. 내가 틀린 것이 아니고 그저 이번엔 저 사람의 차례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용납하기 쉬워 진다. 언젠가 내 차례가 오면 나의 취향도 존중받으리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영역에 따라 의사결정의 권한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음악에 관해서는 음악감독이, 미술적인 부분은 미술감독이, 조명에 관해서는 조명감독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내 맘에 안 들지만 내 영역이 아니니 내 취향을 강요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된다. 그 대신 자신의 영역에서는 자신의 취향이 충분히 존중을 받게 된다.
그래서, 우리 팀의 갈등은 대부분 이 말로 정리가 된다. "나는 이게 마음에 듭니다. 취향이니 존중해 주십시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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