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냇물이 모여 큰 강이 되듯 '깨어 있는' 시민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아이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키우는 건 공동체를 지탱해나가는 동력, '살아 있는' 시민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어릴 때부터 시민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대구시와 대구청소년지원재단 청소년활동진흥센터가 최근 '2019년 청소년 참여 예산 제안대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 민주시민의식과 사회참여 역량을 키워주는 게 목표다.
지역 사회의 문제와 정치·경제에 관심이 높은 고교 동아리 12곳이 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청소년 참여 예산 아카데미 교육을 받은 뒤 대구시 청소년의회를 거쳐 동아리별 최종 제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특히 좋은 평가를 받은 강북고등학교, 경상여자고등학교, 대구제일여자상업고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한다.
◆강북고, 일석삼조인 아동 돌봄 서비스(대상)

강북고(교장 최창욱)의 '경세제민' 동아리는 정치·경제·사회 문화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모임. 이들은 정부가 실시 중인 '질병 아동 돌봄 서비스'를 보완해 '지역 보건소 아동 돌봄 사업'을 제안했다. 6개월 간 지역 보건소와 아동센터 등을 발로 뛰면서 만든 결과물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주 5일 이 돌봄 서버스를 이용하려면 정부로부터 50%의 비용을 지원받고도 하루(10시간 기준) 28만9천500원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범한 가정이 져야 할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을 우선 순위로 해 돌봄 비용 전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돌보이소 24(가칭)' 어플리케이션을 자체적으로 개발, 아이들에게 안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은 ▷돌보미와 부모가 아이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전화 및 문자 서비스' ▷아이의 기본 신상과 질병을 관찰일지 형식으로 기록하는 '아이 정보 사전 등록 서비스' ▷돌보미에 대한 평가와 사전 예약 등을 담은 '돌보미 리뷰 및 찜 서비스' 등이다.
'전문의와의 1대 1 Q&A 서비스' 기능도 추가한다. 돌봄 서비스를 더 이상 받지 않더라도 아이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치료받던 전문의와 연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홍보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을 활용,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활동의 대표 김민승 학생은 "아이들의 건강 증진, 돌보미 파견을 통한 일자리 창출, 맞벌이 부부의 돌봄 부담 경감 등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활동을 통해 대구가 더 발전하려면 주민 참여 예산제처럼 시민의 정치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경상여고, 장애인과 함께하는 발걸음(최우수상)

'시각 장애인 유도 블록 개선 사업'은 경상여고(교장 권효중)의 청소년 참여 예산 제안대회 참가작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 관련 계열로 진로를 잡은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 '도담 도담'(2기)'이 이 제안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각 장애인 유도 블록은 점자 블록으로도 불린다. 시각 장애인이 안전하게 길을 다닐 수 있도록 울퉁불퉁하게 제작, 바닥에 설치한 블록이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설이다. 하지만 이를 꼼꼼히 살피고 챙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학생들이 주목한 것은 이 지점.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는 걸 고려해 이 블록 문제를 파고들었다. 시각 장애인 복지센터를 찾아 당사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대구 곳곳을 돌며 실제 설치된 블록의 상태와 현황을 살폈다. 새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 곳도 찾아봤다.

이들이 제안한 사업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다. 이 블록은 한 줄로 이어져 있을 뿐인데 중앙에 통로를 두고 좌우로 설치하자는 게 첫 번째. 버스정류장과 벤치 주변에 이 블록을 설치하고 버스정류장에 너무 가까이 설치된 블록은 위치를 옮기자는 제안도 했다.
세 번째는 잘못 설치돼 위험한 곳으로 유도하는 블록을 다시 설치하자는 것. 이 블록 위에 놓인 화분 등 장애물을 제거하고, 통행을 방해하는 주차 차량을 단속 조치해야 한다는 게 네 번째 제안이다. 파손되거나 낡아 제 기능을 못하는 블록은 교체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참가 학생들은 "우리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한층 넓고 깊어질 수 있어 좋았다"며 "사회 참여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제일여상, 쪽방촌을 안전하게(우수상)

쪽방촌은 밀집 구조 형태를 띠는 게 보통이다. 좁은 공간과 복잡한 구조 탓에 거주자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제일여상(교장 장병재) 학생들은 쪽방촌을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재난 위치 식별도로 및 비상벨 설치' 사업을 제안했다.
이 제안을 기획하고 다듬은 이들은 상업경진대회를 준비하는 동아리 학생들. 이들은 쪽방촌이 특유의 구조 탓에 화재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데 공감, 현장 답사와 온라인 자료 검색을 병행하며 답을 찾기 위해 한 학기 동안 노력했다.
학생들은 긴급 비상벨, 재난 위치 안전 식별도로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라 쪽방 거주자가 많은 중구, 서구, 동구, 북구에서 총 11곳이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제안에 따르면 식별도로는 일정 길이에 따라 구역을 나눠 색깔이 다른 페인트로 칠한다. 각 색깔 구역의 양쪽 끝 지점에 비상벨을 설치한다. 위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비도 둔다. 설치된 식별도로, 비상벨은 소방서와 대구시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운영되도록 한다.
이와 함께 거주자들에 대한 사고 예방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학생들의 생각이다. 쪽방촌 주민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대구시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은빈, 전정은 학생은 "실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보니 생각을 현실로 바꾸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팀원들이 힘을 모은 덕분에 생각을 다듬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대구시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