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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산업, 금융기관의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돼 자금난 가중

금융기관 "대출 위험 부담 줄이기 위해 신규 대출 제한 불가피"

올해 2분기 대구 주역산업의 대출이 줄거나 증가 폭이 축소되는 등 지역 제조업이 투자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직원들이 설비를 가동하는 모습이다. 매일신문 DB
올해 2분기 대구 주역산업의 대출이 줄거나 증가 폭이 축소되는 등 지역 제조업이 투자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직원들이 설비를 가동하는 모습이다. 매일신문 DB

자동차부품업계가 자동차 판매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2017년 하반기부터 이 업종을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해 특별관리하면서 대구경북 부품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의 중점관리대상이 되면 금융기관 지점장 전결로 결정되던 대출 조건 등이 본점의 승인을 받게 된다. 또 대출조건도 까다로워지고 높은 금리로 대출이 축소되거나 대출 상환 독촉도 받게 돼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경산산업단지내 완성차 1차협력업체 A대표는 "정부가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만 할 뿐 현장 실정은 전혀 모르고 있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설비 투자 등을 해야 하는데 자동차부품업이라는 이유로 대출에 제한을 하면 투자는커녕 운영자금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완성차 2차협력업체 B대표는 "올 들어 납품 물량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30% 정도 줄어든 상황인데, 거래 은행이 기존의 대출금을 10%씩 상환하라고 하는 동시에 대출 이자도 기존 3~4%에서 1% 더 올렸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성서산단 내 완성차협력업체 C사 관계자는 "자동차부품업계가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서 금융기관 대출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고 대출 규모도 줄었다"며 "20년 가까이 한 번도 공장을 멈추지 않고 묵묵히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청년기업이나 벤처기업보다 대출받기가 더 어렵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의 3차 협력업체 D대표는 "올해 상반기 르노삼성의 노사분규 장기화로 상반기 판매실적이 31.9% 급감하면서 회사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신규 대출은 막혔고, 기존 대출금 상환 독촉까지 받고 있어서 인력 감축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마저도 안 되면 화의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기관들은 자동차 시장 위축으로 업체의 부실이 증가하고 있어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되면서 지역 내 자동차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부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당분간 완성차 시장의 반등이 불투명하고 개별 업체들의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있어 자금 회수 여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기관 간부는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 부진과 내수 부진 등에 따른 금융권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차부품업체에 대한 신규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대출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특히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불거지면서 지역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인 시설자금보다 운영자금 대출을 더 크게 늘렸다"며 "이는 경기 개선에 대한 전망이 아니라 당장 경영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더 증가했다는 의미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대출 리스크가 더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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