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척추관절 클리닉] 개천의 용

연일 TV에 나오는 뉴스 헤드라인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필자는 풍족하지 않았지만 비교적 아쉬움을 모르는 환경에서 자랐다. 당시 공무원이신 아버지의 월급만으로는 우리 3남매를 키우시기 힘드셨는지 어머니가 일찍이 생활전선에 뛰어드셨다. 아버지는 원칙과 정직을 중요시하셨고, 어머니는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들을 척척 해내시면서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내셨다. 당신들은 든든한 배경과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렇다고 남의 눈에 눈물 흐르게 하는 일도 하지 않으셨으며, 많이 배워서 몇 수 앞을 내다보며 말장난, 돈장난을 할 능력도 없으신 보통의 부모님이셨다. 다만 자식 잘되기를 바라며 당신들 몸이 망가지는 것도 잊으신 채, 아니 참아가며 우리 자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기를 기도하는 그런 분이다.

20여년 전 정형외과 수련의 시절, 환자를 돌보는 일과 논문 등 준비로 바빠서 집에 자주 가기가 어려웠다. 그런 어느날, 어머니께서 갑자기 무릎이 많이 아프고 오금이 너무 당겨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동네병원에서 관절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해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몇 개월간 하셨고, 어찌어찌 세월이 지나다 보니 통증이 나아졌다고 하셨다. 그래서 필자는 별 이상 없겠거니 하고 또 바쁘다는 핑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 몇 년 후 어머니의 증상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앞으로 예후가 어떤지 알게되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무릎관절에는 대퇴골(허벅지뼈)과 경골(종아리뼈)사이에 체중분산, 충격흡수, 골연골 보호등의 기능을 하는 연골판이 내측과 외측에 존재한다. 이 중 내측 반월상 연골판의 후방 기시부(뒤쪽 경골 부착부)에 파열이 있으면 필자 어머니와 유사한 특징적인 증상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대부분 외상의 병력없이 발생하며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연골판 파열의 경우 진단은 이학적 검사와 병력 및 MRI검사로 이뤄진다.

이러한 파열은 봉합 등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고령의 환자의 경우 봉합이 완성되기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관절염이 진행된 경우에는 부분절제술을 실시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부분절제만 시행하는 경우 연골판의 장력이 소실되어 연골판 전절제술과 같은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이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급성이나, 아급성 혹은 관절연골의 손상이 없는 만성 파열에서 봉합술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20여년 전 만해도 이런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 필자의 모친은 통증을 줄이는 치료에 주력하였는데,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많이 든다.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 병원장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 병원장

그래서 필자는 중년 이상의 무릎이 아프신 환자들 특히, 연골판 파열이나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때마다 항상 어머니를 떠올린다. 특히 수술에 임할때는 더욱이 더 그렇다. 나에게 맞겨진 이 무릎관절이 세상의 무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하나의 마음이고 상처이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자란 나는 용이 아니어도, 붕어나 가재라도 행복하다. 왜나하면 우리 자식을 위해서 꼼수 부리지 않고 정직한 마음으로 헌신하고 노력해주신 바로 우리의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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