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위해 싸워주세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이런 검찰 응원의 문구와 함께 여러 색의 장미를 비롯한 색색의 꽃들과 수갑이 놓여 지나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끈 모양이다. 아마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쏟아진 뭇 의혹을 시원스레 밝혀주길 바라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보낸 꽃이리라.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8·9 개각에 따른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과 국회 청문회 이후 지난 9일 취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조 장관은 사람들 입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놓인 꽃이니 검찰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또 과연 꽃에 담긴 마음처럼 정의를 위해 검찰이 싸울지도 관심이다.
검찰은 일찍 검찰 깃발의 다섯 막대의 한 가운데에 정의를 뜻하는 가장 긴 뾰족 칼을 세웠다. 누굴 위한 정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경험상 그 칼은 주로 가진 자, 힘 있는 소수를 위한 요술 방망이다. 반대편에 버려진 다수의 아픔을 달래려 휘둔 일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나 영상물에서 주로 나올 뿐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올 7월 분석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20주년 누적 판매량 최고의 책'에서 9위에 오른 사실은 한국인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정의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조차 한국의 많은 판매량에 놀랐다니 우리 현실이 정의와는 거리가 먼지를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삼권분립의 역사 속 나라 권력자의 검찰 길들이기와 검찰의 정치화는 익히 보고 배운 터라 이번 윤 총장의 검찰 역시 비록 정의롭지 못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껏 제기된 여러 의혹과 지난날의 오욕의 역사를 보면 조 장관과 검찰이 서로 통하는 바가 여럿인 만큼 때가 되면 길들이고 길들여질 듯하다.
늘 지지를 보내는 대통령과 그를 등에 업은 조 장관이나 이에 맞선 검찰의 힘겨루기 모양새는 국민에게 영화나 영상에서처럼 숱한 의혹의 진실 규명과 정의의 환상을 갖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되지 않는 선에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꽃으로 응원한 사람들이 이를 잊을까 걱정이다. 꽃은 시들지만 현실의 더 큰 권력은 힘을 가진 동안은 시들지도 않고 더욱 냉혹하다는 사실을 알면 덜 실망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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