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환상적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꿈을 꿨다. 마음이 아리다. 꿈은 지나버린 시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더 아리다. 환상 속에 환상적인 기억. 그리움을 동반한 이 음악 안에서 생황은 계속 뛰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그곳에서….

꿈(夢)은 현실적이지 않은 환상적인 것. 또한 꿈(dream)은 희망을 담을 수 있고 현실에 이룰 수 있는 것. 알 수 없는 그 길 위에서도, 닿지 않을 그곳에서도 꿈을 품고 나아간다면 그것은 이룰 수 있는 환상이 된다. 환상적으로.'

위의 글은 나의 생황 연주곡 '환상적'의 곡해설이다. 아름다웠던 꿈이 너무 아쉬워 곡을 썼고 곡을 쓰면서 그 꿈에 대한 아련함이 희망과 열정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꿈, 그 아련한 환상에 대한 생각을 하며 현실을 고민하고 그 속의 나를 돌아보았다. 꿈이 아닌 생각으로부터 마음속 정리가 되며 더욱 환상적인 것을 그렸다.

가끔 우리는 깊은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생각은 생각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시간들을 스스로 인지하고 멈추지 않는 이상 그것은 계속된다. 끝나지 않는 그 생각 속에는 여러 고민들이 있을 수 있고 어떤 때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또한 추억을 회상하거나 미래를 그리기도 한다. 꿈속의 환상을 깊은 생각으로 정리하였지만, 그렇다고 생각만으로 머무르지는 않아야 한다. 꿈이 아닌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현실에서는 눈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과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또 다르다. 생각 속에서만 머물러 있으면 그것 또한 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상으로 머물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을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또는 즉흥적임에만 이끌려 다니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모두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꿈을 꾸고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추억을 회상하고 후회와 회한의 안타까움을 느끼며, 고독과 외로움, 또는 집착과 욕망, 슬픔과 괴로움, 또 기쁨, 의지, 열정…. 이러한 감정들은 생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휘몰아치게 된다. 바로 이때 상념들을 인지하고 느끼며 관찰하고 결국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인데, 그것들이 조그마한 테두리 안에 갇혀서 부질없는 몽상적 상념에 머문다면 우리의 정신과 삶에 유해할 것이다. 좀 더 진선미를 추구하며 진리를 향해 달려가는 이상향적 상념들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 유익한 삶과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의지를 향해 행동하여야 한다. 어둡고 무거운 그림자의 옷을 벗고 한결 밝고 힘찬 열정의 빛을 향해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길 바란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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