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SBS TV동물농장의 다급한 요청을 받고 경남 창녕의 하천변 수풀에 버려진 고양이 10마리를 구조했다. 다양한 품종의 고양이들이 온몸에 진드기가 붙은 채 굶주린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제보자가 먹이를 주며 상태는 나아졌지만 이들 중 한 마리는 만삭인 상태였다.
가정에서 돌보던 고양이는 수풀이 우거진 하천변에서 생존하기 어려우며 겨울이 닥쳐오면 대부분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생존하더라도 상위 포식자로 자리하며 하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10마리 고양이를 구조하여 동물병원으로 이송했다.
먼치킨 한 마리, 스코티시 두 마리, 아비시니언 한 마리, 러시안블루 세 마리, 터키시앙고라 두 마리, 페르시아 한 마리 등 10마리 중 9마리는 중성화되지 않았고 모두가 1, 2살령의 어린 고양이였다.
고양이 전문가들은 10마리 모두 순종 혈통은 아니라며 정황상 고양이 분양업자가 판매 시기를 놓친 상품성 낮은 고양이들을 하천변에 집단 유기시켰을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반려묘 문화가 확산되자 돈벌이에 급급한 사람들이 고양이를 번식시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동물을 인터넷으로 사고파는 행위는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흥행하였다.
뒤늦게 생명 경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정부는 개인 분양과 인터넷 판매를 금지시키고, 반려동물 생산과 판매업 허가 기준을 강화시켰다. 그러자 이윤을 우선하는 고양이 생산 판매업자들이 판매되지 않는 성장한 고양이들을 유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10마리 고양이 중 터키시앙고라 예삐의 사연은 참으로 안타깝다. 진드기 감염으로 빈혈이 심하고 영양장애가 심한데도 임신한 채 배는 바닥에 닿을 정도로 불러있었다.
예삐는 추석날 저녁 산통이 시작돼 다음날 저녁까지 5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을 낳았다. 예삐는 심각한 빈혈과 영양부족으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기 어려웠고, 분만 때마다 수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며, 분만 촉진제와 영양제를 투여받아야 했다.
분만이 끝난 후 예삐는 링겔을 맞으며 새끼들에게 젖을 물렸다. 2kg도 안되는 빈약한 몸으로 다섯 마리 새끼들에게 나눠줄 초유는 부족했다. 간호사들은 밤낮으로 새끼들에게 인공 초유를 먹이고 간호했다.

생명을 구하는 일은 큰 보람이지만 예삐와 다섯 마리 새끼들 그리고 버림받은 9마리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화가 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유기견 토리와 유기묘 찡찡이를 입양하며 동물을 보호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하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물 유기와 학대 행위는 만연하다.
유기동물 발생의 원인은 다수의 선량한 반려인들이 아니다.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즉흥적으로 동물을 구매하는 풍조가 동물을 유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 FBI는 동물 학대 행위자를 반사회적 위험인물로 간주하며, 대다수 국가는 동물 학대나 동물 유기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동물 학대자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정부는 동물 학대가 이슈화되면 그제야 법률을 제정하는 생색내는 모습보다는 이미 마련된 처벌 조항을 제대로 적용하길 바란다. 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행위는 엄중한 처벌이 주어지는 반사회적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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