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가스 질식사 외국인 노동자 유가족·시민단체 '철저한 사고 원인조사, 책임자 처벌' 촉구

대경이주연대 "슬러지 쌓인 밀폐된 곳에 외국인 노동자 무방비로 넣은 행위 살인과 다르지 않다" 주장
숨진 베트남 외국인 노동자 딸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경북 영덕군 한 수산물가공공장 수산폐기물 저장탱크에서 가스 질식으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의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철저한 사고 원인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경북 영덕군 한 수산물가공공장 수산폐기물 저장탱크에서 가스 질식으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의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철저한 사고 원인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경북 영덕군 수산물가공공장에서 가스 질식 사고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 판반디오(53·베트남) 씨의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대경이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슬러지가 쌓여 있는 밀폐된 곳에 외국인 노동자를 무방비 상태로 들여보낸 사업주의 행동은 살인과 다름 없다"며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철저한 조사,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 실질적이며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자국어로 된 노동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모든 유독가스 배출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와 동시에 안전설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6년 고령군 제지공장 원료배합탱크에 청소하러 들어간 네팔 국적 노동자 1명이 가스 질식으로 숨진 데 이어, 2017년 군위군 축사 정화조를 청소하던 네팔 국적 노동자 2명도 가스에 중독돼 숨지는 등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허술한 안전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 유가족의 모습에선 가족을 잃은 슬픔이 그대로 전해졌다.

숨진 판반디오 씨 딸 김지호(한국 이름·30)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노동자의 안전이 우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몇 마디를 더 이으려고 했지만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목이 메어 끝내 마이크를 내렸다.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열린 영덕 수산물가공업체 산재사망사고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사고로 숨진 베트남 국적 외국인 노동자의 딸 김지호 씨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배형욱 기자
17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열린 영덕 수산물가공업체 산재사망사고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사고로 숨진 베트남 국적 외국인 노동자의 딸 김지호 씨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배형욱 기자

김 씨의 시아버지 김현동(63) 씨는 "가장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게 관리돼 왔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라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노동 현장 안전 시스템이 하루 빨리 개선돼 더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대경이주연대 최선희 집행위원장은 "이주 노동자는 더럽고 위험한 곳에서 일하며 노동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며 "이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우선돼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판반디오 씨를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지난 10일 영덕군 한 수산물가공공장 지하에 매설된 수산폐기물 저장탱크를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가스에 질식돼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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