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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휴업' 경북 경주 보문단지 상가 매각 난항

일부 경북도의원 ‘원형보존’ 주장에 중단

수년째 문이 굳게 닫힌 경주 보문상가 건물. 김도훈 기자
수년째 문이 굳게 닫힌 경주 보문상가 건물. 김도훈 기자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가 수년째 텅 빈 채 방치돼 있는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상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문관광단지 내 2만6천여㎡ 부지에 조성된 보문상가엔 13개동 56개 점포와 야외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1979년 문을 연 이후 1980년대 초반까지는 신세계백화점과 경주상공회의소가 입점해 기념품매장을 운영했고, 이후엔 소규모 상인들이 임차해 식당이나 토산품점 등을 운영해 왔다. 지금은 상가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상태다.

공사는 1998년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계획에 따라 보문상가가 매각대상물건으로 분류되자 매각을 추진했다. 2014년 처음으로 매입하려는 기업이 나섰으나 경주시가 "국책사업을 유치하든지 시가 매입해 활용하겠다. 사업 유치가 용이하도록 신규 임대차 계약이나 재계약은 하지 말아 달라"며 매각보류 요청을 해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경주시는 이곳에 신라그랜드 바자르·청년창업몰 조성 등의 계획을 세웠으나 두 사업 모두 타당성이 없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6년 동안 보문상가가 빈 점포로 방치된 이유다.

공사는 김성조 사장이 취임한 뒤 지난 7월 매각공고를 내고 6년 만에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 경북도의원의 반대로 매각 작업은 또 중단됐다.

공사는 보문단지 활성화를 위해 보문상가를 하루 빨리 민간에 매각해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해당 도의원은 애초 "한옥형식의 상가건물 등 일대의 건축물은 상징성이 있는 만큼 계획 없이 무작정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다, 최근엔 한 발 물러서서 "매각은 반대하지 않지만 상가 중심지에 있는 야외공연장을 포함한 상징탑은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도의원이 얘기한 상징탑은 법주사 팔상전을 모방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공연을 위한 자재창고 등으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야외공연장은 상가 중심에 있어 이곳을 빼고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공사 측의 얘기다. 상가 건물도 한옥 모양의 100%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것.

해당 도의원의 문제 제기 후 공사는 경북도의 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경북도는 "공사가 매각에 앞서 도지사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행정절차를 보완할 것을 주문했고, 공사는 도지사 승인 요청을 위해 17일 이사회를 열고 보문상가 민자유치를 의결했다.

공사 관계자는 "매각대상물건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리모델링이나 신규투자를 할 수 없는 만큼 상가 활성화를 위해선 매각이 절실하다"고 했다.

경주 보문상가 중심지에 있는 야외공연장 전경. 오른쪽 콘크리트로 지어진 탑 모양 구조물은 공연을 위한 자재창고 등으로 쓰이고 있다. 김도훈 기자
경주 보문상가 중심지에 있는 야외공연장 전경. 오른쪽 콘크리트로 지어진 탑 모양 구조물은 공연을 위한 자재창고 등으로 쓰이고 있다. 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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