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론이 제트기의 제공권을 밀어내는 혁명적 변화 시작...'비대칭 전략' 무기로서의 공포감도 확산

사우디 피폭으로 주목받는 이란의 '드론·미사일 전략'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드론 프로그램 갖춰…역내 친이란 세력에 기술 이전"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석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 공격과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석유시설 2곳에 대한 드론 공격과 관련, "긴장 악화를 극도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우디 아라비아 원유시설 폭격 사태에서 군사적으로 주목해야 할 현상은 드론 전투의 시대가 열리고 제트기 제일주의가 종말을 앞둔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과 세계 주요 언론이 지적했다. 또 드론을 활용한 '비대칭 전술'의 공포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은 전장에서 제트기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공중을 지배하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제공권 지상주의는 현대전(戰)의 철칙으로 통하나 드론 공격은 이런 철칙이 흔들리는 현실을 또렷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작고 값싸서 높은 효율성을 지닌 무인기는 최근 전장, 특히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전선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중동의 군사 대국과 주요 반군 전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최첨단 제트기와 화기로 무장한 이스라엘도 시리아 내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드론 '전단'을 활용한다.

이스라엘의 숙적 이란 역시 이를 간파하고 시판 제품과 첨단 군사 모델을 가리지 않고 드론 전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드론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런 무기와 제조 기술 일부를 예멘 후티 반군 등에 이전, 자국 내에서 직접 공격에 나서기보다 친이란 세력의 근거지에서 적국을 공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보고 있다.

또 드론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공격 주체를 즉시 확인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문에 군사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의 핵심 석유시설이 드론 몇 대에 가동을 중단하면서 방공망이 뚫렸다는 점은 드론의 '비대칭 전술' 무기로서의 공포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덴버주립대학 제프리 프라이스 교수(항공관리학)는 "드론은 새로운 판을 만들었다"면서 "스텔스 무기나 파병 수준으로는 수행할 수 없었던 공격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테러조직 등이 비대칭 전략으로 큰 피해와 혼란을 초래하리라는 우려는 전부터 있었지만,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은 이런 위협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일대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안보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전 세계 석유시설과 항만 등 사회 인프라가 드론, 대함 지뢰, 컴퓨터 웜(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비대칭 무기류를 동원한 공격에 취약하며 테러조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작년 말 영국 개트윅 공항이 드론 등장으로 마비된 사태도 그 대표적 사례다.

위협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더라도 뾰족한 대응책이나 방지대책은 마땅치 않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민간 드론에 무선식별장치를 도입·추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입법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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