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육계값 오른다고?…닭 도매업자들은 가슴 앓이

돼지 열병 발생하자 육계 관련 8개 종목 주식 이틀간 고공행진
닭 소비 증가에 따른 도매가격 상승…계약 업체에 손해보고 납품할 처지

최근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해 대체 육류인 육계(닭)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북 지역의 한 닭 사육장. 전종훈 기자
최근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으로 인해 대체 육류인 육계(닭)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북 지역의 한 닭 사육장. 전종훈 기자

우리나라에도 아프리카 돼지열병 공포가 급습하면서 대체 육류로 육계(닭)가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지역 닭 도매업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돼지열병이 확인된 17일과 18일 육계 관련 8개 종목의 주식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하림과 마니커에프앤지, 마니커 등 도계장(닭을 도살·처리하는 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은 17일 상한가까지 치며 호재를 톡톡히 봤다.

지역 도계장 역시 돼지열병으로 닭 소비가 많아지면 도계 물량을 늘어나 도매가가 높아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닭 도매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은 이미 계약된 공급가격으로 닭을 납품해야 해 닭 도매가가 높아지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11월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닭 시세가 치솟았다. 당시 도계장에서 한 마리 1㎏에 2천원 하던 가격이 4천500원까지 솟구쳐 지역 닭 도매업자들이 줄지어 도산했다. 당시 도산하지 않고 살아 남은 업체들은 납품업체에 위약금을 물어가며 납품을 취소하거나 인력 감축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게 도매업계의 얘기다.

닭 도매업계는 '구제역 파동'보다 이번 돼지열병 사태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시보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더 올랐고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불안감 확산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엔 닭 도매업 관련 업체가 300~400개로 수도권을 제외하곤 가장 많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닭 도매업을 하고 있는 장영민 시원유통 대표는 "2010년 당시 구제역 사태가 터진 뒤 관공서에 납품을 하던 것을 위약금을 물고 취소했고, 매달 적자를 감수하며 닭 시세가 떨어지길 기다렸다"며 "이번엔 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오늘도 도계장에 닭 시세 변동 상황을 파악했고 지역 업체들끼리 연락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현재로선 닭 공급량과 시세가 안정적이어서 닭 도매가격이 갑자기 폭등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도매업체들은 돼지열병의 확산 여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심민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 육계담당 연구원은 "아직 돼지열병 발생 초기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며 "현재로선 공급량이 전년에 비해 많기 때문에 가격의 급변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도계 가격 변동 추이를 관측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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