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힘을내요 미스터리'가 대구지하철참사를 이용하는 법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가 돌아왔습니다. 다들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빠질 수 없는 공간이 바로 영화관입니다. 올해 추석 영화관은 '나쁜 녀석들:더 무비', '타짜:원 아이드 잭', '힘을내요 미스터 리' 등 한국 영화 3편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 됐는데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른 결과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중 제가 선택한 영화는 바로 '힘을내요 미스터 리'입니다. 이 영화는 차승원이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춰 화제가 된 영화인데요, 대구 시민이라면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2003년 1호선 중앙로역 화재 참사가 이 영화의 주요 배경 사건으로 등장하기 때문인데요, 영화 제작사의 홍보자료나 이 영화를 만든 이계벽 감독의 인터뷰를 봤을 때 이 참사를 다루는 영화 제작진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휴먼 코미디'를 표방한 이 영화는 웃겼을까요, 진지했을까요?

이계벽 감독은 씨네21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절대 과장되게 만들지 말자'라고, 이 이야기가 당시 참사를 겪은 사람에게 위로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글쎄요, 이 영화에서 철수와 샛별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캐릭터는 너무 부차적인 캐릭터로만 소비됐고, 그래서 각 캐릭터 간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도록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앙로역 화재 참사를 대하는 제작진의 진지한 태도와 연출은 빛이 바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화재 참사조차도 차승원이 맡은 '철수'라는 캐릭터의 고통의 원인으로만 쓰일 뿐, 이 참사를 이겨내려 하는 노력 등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 영화를 관객들이 보도록 만드는 힘이라면 '대구'라는 공간을 매우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과 차승원의 연기가 영화의 멱살을 잡고 끌고간다는 점입니다. 대구 시민운동장부터 시작해서 동성로, 반월당 지하상가 입구, 심지어는 로데오 클럽골목까지 대구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 법한 공간을 모두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생 때 클럽에서 새벽까지 놀다가 배를 채웠던 길거리 떡볶이집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또 차승원의 연기를 보고 많은 분들이 영화관에서 훌쩍이시더라구요. 한동안 예능에서는 많은 재미를 보여줬지만, 최근에 맡은 영화들에서는 늘 진지한 모습으로 승부를 보던 터라 오랜만에 코미디를 선택한 차승원의 연기가 많이 반가우실 것 같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역시 차승원은 코미디를 해야 돼'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말이에요.

이 영화를 한줄로 평하자면 '결국 차승원이 다 한 항문발모 시네마'라고 평하겠습니다. 정말 울다 웃다 하기 때문에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코미디 영화의 단점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추천 드립니다.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 이남영 lny010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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