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약속 지킨(?) 文대통령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1 야당 대표가 삭발한 것은 황 대표가 처음이다. 국민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야당 대표의 삭발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황 대표를 삭발하게 한 장본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가 처음으로 삭발하게 하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對)국민 약속을 지켰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약속을 문 대통령이 가장 잘 지킨 분야는 경제다.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악화한 경제지표들을 줄줄이 쏟아내더니 급기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년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안겨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더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달나라에 산다'는 지적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했다.

서울 한복판에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초상화와 인공기를 외벽에 그려 넣은 '북한식 주점'이 개업을 준비하는 것도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이다. 이를 본 주민이 관할 구청에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넣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주도한 '남북 평화 쇼' 탓에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 압권(壓卷)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이다. 결격 사유가 차고도 넘치는 사람을 문 대통령이 장관에 임명한 바람에 한 달 넘게 온 나라가 파탄 지경이다. 장관 한 명 때문에 이렇게 국민이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나. 부인은 기소, 5촌 조카는 구속, 딸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도 자리를 지킨 장관이 있었던가.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힘을 합쳐 국민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확실하게 선사하고 있다.

국민은 어느 정권 때보다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의 이런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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