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침산동에 살고 있는 장타관(81) 씨가 열어준 타임캡슐입니다. 1962년 부산 범어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옛 기억이 생생한 기억도 동봉했습니다. 장 씨의 문장을 최대한 살려 싣습니다.
'5.16 혁명(민주화 후로는 5.16 군사정변으로 공식 표현)이 있던 그해 가을.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이듬해 부산병기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 때였다. 그날은 학교에서 동래온천으로 단체 목욕을 하러 가는 날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내무반원 30여명은 제비뽑기를 해 한 명이 내무반을 지키기로 했다. 불운하게도 내가 초병이 됐다.
정오가 지나자 목욕갔던 동료들이 트럭을 타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위병소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면회를 왔다는 것이었다. 비녀를 꽂으신 어머니는 흰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으시고 큰 보따리를 들고 오셨다. 그리고 오른 손에는 내가 집으로 보냈던 편지의 겉봉을 쥐고 서 계셨다.
정말 반가웠다. 어머니는 외아들을 위해 음식을 갖고 오셨다. 풀어보니 구운 소고기와 쌀밥, 떡이 가득했다. 나는 대구에서 같이 온 친구 2명과 초병을 불러 함께 먹었다.
어머니는 여기까지 왔으니 범어사에 가자고 하셨다. 어머니와 함께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께 예를 드리고 경내 사진사의 권유로 이 사진을 찍었다. 57년 된 사진이다.
대구로 돌아가시는 어머니를 부산역까지 배웅해드리기만 했다. 일병 월급이 100원이던 그때 내가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 생각이 유독 났던 추석 연휴였다. 어머니는 25년 전 86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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