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을갤러리 기획전 박인성 Floated Documentary

박인성 작
박인성 작 'Floated Documentary' 설치 모습.

젊은 작가를 선정해 그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계기를 주고자 기획전을 열거나 갤러리 공간을 하나의 작업실 또는 실험실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를 갖고 있는 을갤러리는 올해 그 첫 전시로 박인성의 개인전 'Floated Documentary'를 선보인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독일 유학시절부터 다루었던 필름시리즈와 그로부터 파생된 미디어와 설치작업을 처음 선보임으로써 지금까지 지속해온 의도와 작업세계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색은 다양한 상황과 경험을 통해 개인의 사고 속에 자신만의 색 개념을 형성하므로 작가는 색에 대한 관념을 바탕으로 색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되는 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관찰하며 관람객에게 물음을 던진다.

박인성 작가의 대표적 작품 '스캔 그래피'시리즈는 네거티브 필름의 '필름 바'를 잘라 새로 겹쳐 붙인 후 스캔하고 이를 하나의 사진회화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작업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시리즈는 필름과 코딩 프로그램을 통해 임의로 추출한 색감과 작업과정에 쌓인 많은 구조와 과정을 통해 완성도 높은 평면 작업으로 귀결, 시각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작가는 을갤러리의 모든 공간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특히 천장이 트인 1층과 2층의 구조를 이용해 말 그대로 부유하는 빛을 만들었다. 으레 관객들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대한 어떤 작품도 없이 공간은 검은 색의 모니터 3대와 빨강, 초록, 파란색의 빛이 가득 차 있다. 이어 검은 색의 화면에는 암호처럼 알 수 없는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 암호는 작가의 '스캔 그래피'시리즈 제작과정에서 추출된 색상의 값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작가의 평면작업을 해독할 수 있는 암호이자 힌트일지도 모른다. 그 뿐만 아니라 이번 작가의 작품 설치 작업은 전시장과 관객의 몸을 캔버스 삼아 오묘한 빛의 스펙트럼을 펼쳐내고 있다.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작품과 그 작품을 완성하기 전까지의 고민이 가득 배어 있는 드로잉까지 각각의 구성과 가구, 조명과 다른 분위기들은 작가의 모든 작업을 망라해 박인성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아날로그 필름을 통해 생성된 디지털 이미지로 다른 매체로부터 도출해낼 수 있는 최대의 효과를 추구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매체와 기법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공간과 작품이 서로 침범하기도 하고, 수용하기도 하는 그의 냉철한 작업의 물음표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전시는 10월 19일(토)까지. 문의 010-2542-9097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