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예스터데이'

영화 '예스터데이'
영화 '예스터데이'

비틀즈는 불멸의 아이콘이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다면 거기에는 세상 모든 사람을 어루만지는 보편적인 힘이 있다. 비틀즈의 명곡 '예스터데이'가 바로 그렇다. '갑자기 지난날의 추억들이 밀려와/왜 그녀는 내 곁을 떠나야 했을까/도무지 알 수가 없어/...'지금 이 순간, 지난날이 자꾸만 그리워/예전엔 사랑은 아주 쉬운 게임 같았는데/이제 어디든 숨을 곳이 필요해/아! 그때가 좋았지'

내 곁을 떠난 그녀를 아쉬워하며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담긴 아주 단순한 가사다. 어디에도 격한 감정이 없이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봐!'라며 자신을 책망하며 어제를 그리워한다. 누구나 공감할 서정성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멜로디까지 더해 상처받은 영혼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영화 '예스터데이'
영화 '예스터데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되며 노인세대부터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유일한 노래. 그래서 영화 '예스터데이'(감독 대니 보일)가 만들어졌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즈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만든 비틀즈 찬가와 같은 영화다.

일단 발상이 기발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비틀즈와 그의 노래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 혼자만 기억한다면, 천재성을 인정받으며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의 주인공이 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뮤지션이라면 말이다.

영국 동부의 작은 마을. 14살 때 밴드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뮤지션을 꿈꾸게 된 잭(히메시 파텔). 바닷가 여름을 소재로 한 야심찬 노래를 부르지만 모두가 외면한다. 운 좋게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해도 관객은 노인과 아이 몇 뿐. 그에게 성공은 너무나 멀고 힘든 길이다.

음악을 접고 창고형 할인매장에게 비정규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자전거로 귀가하다가 버스와 충돌사고를 당한 것이다. 전 세계에 원인 모를 12초간의 대정전이 일어난 순간이다.

영화 '예스터데이'
영화 '예스터데이'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오직 자신만이 비틀즈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틀즈의 음반과 그 어떤 기록도 사라진 세상. 그는 비틀즈의 명곡을 기억해 사람들에게 노래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유쾌하고 발랄하다. 피나는 고통도 없고, 무명의 쓰라림도 없다. 그리고 배고픈 영혼도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로켓맨'처럼 전기물도 아니고, '원스'같은 창작과 무명의 비애도 없다. 첫 사랑을 만나 다시 사랑을 나누듯 레코드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안락의자에 앉아 미소 짓게 하는 영화다.

그것은 전적으로 비틀즈가 있기 때문이다. 비틀즈를 그리워하고, 그의 노래를 다시 들으며 그들을 떠올리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자존심 대니 보일 감독과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을 맡은 리처드 커티스, 그리고 '알콩 달콩한 영화'(?)로 정평이 나 있는 제작사 '워킹 타이틀'의 3박자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대니 보일과 리처드 커티스는 둘 다 1956년 생으로 성장기 자신들의 감성 아이콘이 비틀즈였다.

영화 '예스터데이'
영화 '예스터데이'

비틀즈의 천재성을 찬양하고, 또 재확인하는 장면들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퇴원한 잭에게 친구들이 새 기타를 선물하고, 잭은 이럴 때는 위대한 명곡을 들어야 한다면서 '예스터데이'를 부른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초등학교 교사로 잭의 매니저를 자처하던 엘리(릴리 제임스)조차 "언제 작곡했냐?고 묻는다. "비틀즈를 모르다니, 장난치지 마!"라는 잭에게 친구들은 "그런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밴드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예스터데이' 노래에는 모두 눈물을 글썽거린다. 짧은 시퀀스지만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주는 장면이다.

또 깜짝 캐스팅된 영국의 인기 싱어송 라이터 에드 시런과 작곡 대결에서 "너는 모차르트고 나는 살리에르"라며 패배를 인정하는 장면, 가족에게 처음 '렛 잇 비'(Let it be)를 부르는데 제목을 처음 듣는 가족들이 'Let him be' 'Leave it be'라고 부르고, '헤이 쥬드'(Hey Jude)를 에드 시런이 'Hey Dude'라고 바꾸자고 고집하는 장면 등 관객을 즐겁게 하는 에피소드를 빼곡히 넣어 놓았다.

그러면서 잭이 비틀즈의 '엘리노어 릭비'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또 직접 묘비까지 찾아가는 여정에도 관객을 초대한다.

물론 잭과 엘리의 로맨스, 비틀즈의 명성을 갉아 먹는 듯한 잭의 자책 등 다소 상투적인 스토리라인도 있지만, 그 불가피성(?)이 이해될 정도로 영화 속에서 만나는 비틀즈는 반갑고, 즐겁다.

비틀즈 멤버와 유족들의 저작권 승인으로 많은 비틀즈 명곡들을 영화 속에서 한 번에 만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OST에 담긴 노래만 20곡이 넘는다. 다만 몇몇 곡은 전곡을 듣고 싶은데, 모두 1절만 들어 아쉽다. 전곡은 엔드 크레딧의 그 노래? 116분, 12세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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