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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자비의 집'… "매일 400여명 밥 한 끼 나눠요"

동화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동화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자비의 집'에서 봉사자들이 봉사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자비의 집 제공

"70, 80년대 경제성장 시기에 가족과 국가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신 분들이 지금은 다른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계십니다. 후원자 분들이 보내주신 작은 정성이 따뜻한 밥 한 끼가 되어 이분들에게 큰 힘이 되어드립니다."

팔공총림 동화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자비의 집'은 대구 보현사 옆에 자리하고 있다. '자비의 집'은 1994년 경제적, 주거환경 등으로 식사 준비가 어려운 독거노인, 노숙인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해 배고픔을 해결해 주고 이를 통해 삶의 의욕도 함께 전해주기 위해 설치됐다. 2015년 12월 급식소 내부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급식 환경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켰다. 급식소 내부에 한 번에 50명이 식사를 할 수 있고 급식소 밖 천막에는 20여 명이 식사가 가능하다.

'자비의 집'은 매주 월~금요일 점심공양을 한다. 매일 이용하는 어르신은 400여 명, 월 8천여 명이 밥을 먹고 있다. 밥은 주 단위 식단을 짜서 1식 3찬을 준비한다. 소고기, 돼지고기국을 비롯해 나물, 생선, 오뎅볶음 등이 주메뉴다. 배식은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이면 끝난다. 특식으로 삶은 계란을 주고 후원자 보시로 떡이나 요쿠르트도 지급 한다. 급식 봉사에는 신행단체, 사회단체 등 25개 단체가 동참해 배식과 설거지, 청소 등을 돕고 있다. 쌀은 동화사를 비롯해 불교동문회, 포교사단 등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급식 오시는 어르신들은 화원, 문양, 경산 등 먼 곳에서도 찾고 있어요. 밥을 먼저 먹기 위해 오전 7시 쯤이면 급식소에 모이기 시작해 배식 직전에는 무려 100m가 넘는 긴 줄이 만들어져요."

'자비의 집'의 요리와 밥은 여성 두 분이 도맡고 있다. 조리 담당 유애리(58) 씨와 밥 담당 김미숙(53) 씨다. 두 분은 오전 8시 30분이면 급식소에 나와 점심공양을 준비한다. 유 씨는 조리기구에 불을 지피고 다시물을 만들고 계란을 삶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짠 식단에 맞춰 국과 반찬을 만든다. 김 씨는 전기밥솥 5대로 두 차례씩 밥짓기를 한다. 밥짓기는 어르신들이 먹기 좋게 밥을 딱딱하지 않게 짓는 게 중요하다. 봉사단체 회원들은 나물 다듬기 등 조리 보조역할을 한다.

"급식에는 가정이 어려운 40, 50대 장애인 3명이 7년째 봉사를 하고 있어요. 남자 두 분은 식판을 정리하고 식탁별로 의자를 놓는 일을 해요. 여자 한 분은 배식 봉사를 자처하고 있죠. 봉사를 하고는 밥과 반찬을 챙겨가 가족들을 먹이고 있어요. 이 분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

봉사자들은 급식소에 오시는 어르신들에게 내 부모처럼 모신다. 어르신들도 진정으로 사람 대접을 해주는 것에 고맙게 여긴단다. 급식소에는 매일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90대 할아버지도 오신다. 할아버지는 나올 때마다 "내가 뭐라꼬 이렇게 잘 챙겨주느냐. 고맙기만하다"며 꼭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봉사자들은 이런 인사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조리 담당 유애리 씨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자비와 봉사이다. 매일 급식 준비로 몸과 마음이 힘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알아주는 어르신들이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조리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더 해드리기 위해 사회 각계의 후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후원 문의 053)256-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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