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내일학교, 입학·졸업식 '만학도들의 잔칫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는 날이었다. 20일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내일학교가 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졸업식 및 입학식에 참가한 어르신들 모습. 대구내일학교는 초· 중 학력 인정 문해학교다. 이날 초등과정 113명, 중학과정 99명의 어르신이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았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는 날이었다. 20일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내일학교가 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진행한 졸업식 및 입학식에 참가한 어르신들 모습. 대구내일학교는 초· 중 학력 인정 문해학교다. 이날 초등과정 113명, 중학과정 99명의 어르신이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았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사랑에 나이가 없듯 배움에도 나이가 없다. 배우고 익히는 데서 즐거움과 기쁨을 맛본 만학도들, 글을 배우기 위해 도전하는 늦깎이 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의 문해학교인 '대구내일학교' 졸업생과 입학생들 얘기다.

글을 가르쳐 주는 문해학교는 야학,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대구는 다르다. 교육청이 초·중학교 학력 인정 문해학교를 직접 운영하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9년째 운영 중인 대구내일학교는 그동안 1천342명(초등과정 862명, 중학과정 48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일 시교육청 대강당에선 대구내일학교 졸업식 겸 입학식이 열렸다. 손주들의 학교 행사를 뒤에서 지켜보는 게 더 익숙할 법한 어르신들이 이날의 주인공. 초등과정 113명, 중학과정 99명이 이날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았다. 최고령 졸업자는 초등과정과 중학과정 모두 82살의 어르신들이었다.

초등과정인 김광식(77) 어르신은 지난해 야간반에 입학해 이번에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학급에서 회장을 맏아 열심히 친구들을 보살피고 도와 함께 행복한 졸업식을 맞이했다"며 "이젠 학교에 다니고 공부하면서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고 했다.

이날 중학과정을 졸업한 김종광(68) 어르신은 초등과정도 대구내일학교에서 마쳤다. 그는 "육십이 넘어 한글을 배웠다. 그래도 마음 한쪽엔 더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며 "이젠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려울 것이 없게 됐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대구내일학교 홍보 포스터.
대구내일학교 홍보 포스터.

초등과정 입학생인 박말남(69) 어르신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 통지를 받는 순간 참 행복했다"며 "이제 교실에서 나와 같은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1년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더욱 건강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대구내일학교는 매년 7월 신입 학습자를 모집한다. 초등과정은 1년제(주당 3회 6시간), 중학과정은 2년제(주당 3회 10시간)다. 8월 진입 진단평가를 거쳐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교육비는 무료다.

김선애 시교육청 평생교육담당은 "꾸준히 노력해 학사모를 쓰신 게 대단하다. 다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데도 편찮으시거나 손주를 돌봐야 하는 등 개인적 사정으로 미처 과정을 마치지 못하시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며 "새로운 각오로 입학하시는 분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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