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과 영양군, 청송군의 영어 이니셜 앞자리를 따서 BYC 라고 부른다. 속옷 브랜드와 같은 이름이지만 BYC는 전국 최고 오지를 대표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BYC 중 'C'에 해당되는 청송은 인구 2만 6천명에 80% 이상 산, 인구 65% 이상이 60세 이상인 전형적인 시골 동네이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은근히 어울리는 커피향이 감돈다. 시골 촌동네에 걸맞게 '다방 커피' 정도를 상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세련됨과 재미, 신기함이 있는 곳이 있어서 소개할까한다.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킴스마운틴커피
18일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왕산국립공원 입구를 지나기 전 좌측 다리를 건너면 사과밭 가운데 킴스마운틴커피가 있다. 'Kim's Mountain Coffee' 라는 카페 이름처럼 김씨가 운영하는 산골 커피로 해석하면 된다.

사과밭이 카페를 안은 듯,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의 이곳은 겉과 속이 다른 재미난 곳이었다. 자동문 버튼을 눌러 카페 안을 들어서니 마치 커피박물관을 온 것처럼 커피에 관한 다양한 장식품이 전시돼 있었다.

화려한 무늬를 자랑하는 찻잔과 로스팅 된 원두를 가는 다양한 종류의 그라인더가 전시돼 있었다. 간단한 연주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와 그 무대 옆에는 소형차만큼 큼지막한 커피 로스팅 기계 두 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킴스마운틴커피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이 카페의 주인 김해욱(50) 대표가 환한 미소와 함께 기자를 반겼다. 김 대표는 우선 바 형태로 된 자리로 안내한 뒤 커피 맛부터 보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간단하게 커피는 수용성과 가용성이 있는데 수용성은 로스팅 된 원두를 갈아서 물을 붓고 거름종이에 걸러 먹는 '핸드드립'이며 가용성은 갈아진 원두를 커피 머신에 넣어 뽑아내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핸드드립은 물을 적절하게 섞어 아메리카노로 마시면 좋고 가용성은 설탕을 적절히 넣어 에스프레소로 즐기면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빠른 손놀림으로 수용성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가용성 에스프레소를 금방 만들어냈다. 그런 다음 그가 특허낸 특별한 장치를 소개했다. 바로 '스모크 커피'다.

보통 커피에 '스모크'라는 의미는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를 약간 태워 불맛이 나게 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심해지면 쓴맛(탄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런데 김 대표가 발명한 '스모크 커피 머신'은 이 맛을 정확하고도 풍부하게 내주는 기계인 것이다.

그의 머신 원리는 내려진 커피의 원두와 같은 것을 별도로 태운 뒤 그 향을 커피에 입히는 것이다. 몇 초만에 스모크 향이 커피에 배고 이 커피를 마시게 되면 입 안 가득 스모크 향이 채워진 뒤 내린 커피 맛까지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커피를 마시면 스모크 향과 커피 맛이 확실히 구분되고 색다른 풍미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는 "로스팅 된 커피의 향을 커피에 그대로 담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2년 전 기계를 고안했고 올해 2월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쳤다"며 "특히 국내 특허를 한 뒤 특허 관련 업계에서 '세계적으로도 없는 것'이라며 국외 특허까지 추천해 같이 작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카페 2층에는 '커피 족욕장'이 마련돼 있다. 산행으로 힘들었던 발에게 이곳은 힐링 공간일 것이다. 약 30~40분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1단계는 커피스크럽, 2단계는 청송사과즙 족욕, 3단계는 커피 족욕으로 마무리된다. 가격은 1만4천원정도인데 10명 이상 단체 시 1만2천원으로 할인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아메리카노와 청송사과즙 등 족욕가격의 절반 이상이 재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착한 가격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원두를 볶으면 수많은 탄소구멍이 생기는데 이것이 불순물과 나쁜 냄새를 빨아들인다"며 "커피의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인 약산성으로 셀룰라이트 등 지방에 쌓인 염증과 각질을 녹이고 막을 형성해 수분 손실을 막아주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새로운 커피머신을 개발하고 차별화된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곳에서 동업이나 창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모 대기업에서도 사업을 제안할 정도로 러브콜이 많았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는 남다른 목표가 있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커피만을 공부한 것은 10여 년이 됐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제 커피에 대해 사업제안을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다만 우리나라 외식업계를 이끄는 신라호텔 이부진 사장이 제 커피를 마시고 평가한 뒤 제안하다면 고려해보겠다"고 웃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과나무골에 뿌리내린 커피농장 '청송커피베리'
경북 청송군의 가장 남쪽 동네로 불리는 현서면은 청송에 최초로 사과나무가 심겨진 곳이며 지금도 청송사과의 주 생산지다. 이런 사과나무골 한 가운데에 1천㎡ 면적의 하우스를 짓고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커피나무를 심은 농부가 있다고 해서 18일 그를 만났다.
이날 오후 5시쯤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알려준 '현서면 구덕길 44-16'로 차를 몰았다. 안동방면으로 현서면 소재지 입구에 '청송커피베리' 커피농장이 자리해있었다. 전체가 시설하우스로 마련된 이곳에는 성체의 커피나무 400그루와 화분 등 5천주 정도가 심겨져 있었다.

이 농장주 김상훈(44) 대표는 "요즘 전국으로 교육을 다녀서 예약된 손님이 있지 않으면 농장에 잘 없는데 때를 잘 맞춰 왔다"고 웃었다.
김 대표의 농장 커피는 보통 5월에 수확을 시작해 7월에 마무리를 짓는다고 한다. 7월에는 커피가 난 자리에 하얀 커피 꽃이 피는데 이 꽃이 다 지고 나면 농장에서 바쁜 일은 거의 끝난다고 한다.

보통 열대지방이나 아열대 일부 지역에서 커피나무에 달린 열매를 직접 구경할 수 있고 커피가 수확된 뒤 피는 커피나무의 꽃은 구경하기 흔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시기에는 이 농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다고 한다. 당연히 체험을 위해 전국에서 이곳을 앞 다투어 예약한다.
하지만 이 농장은 김 대표 혼자서 운영하기 때문에 일정한 인원수 밖에 교육과 체험이 되질 않아 철저히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다시 말해 농장을 구경하려면 눈치 빠르게 예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3년 전 대구에서 직장을 정리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귀향했다. '평범한 농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다양한 것을 체험한 뒤 커피농장을 만들었다. 그는 커피나무를 키워 커피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익은 커피열매를 직접 먹고 따보고 그걸로 커피를 내리는 체험을 하기 위해 이곳을 구상한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커피열매를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을 것이며 항산화물질을 풍부한 그 열매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금 연구 중"이라며 "또한 커피 꽃을 관상용뿐만 아니라 잎과 함께 차로 생산해 제품화할 계획이며 기존 커피농장과 차별화된 전략을 구상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벌써 100명이 넘는 체험객을 맞았고 그의 농장을 벤치마킹하겠다고 30명 정도가 이미 다녀갔다.
김 대표는 "청송에서 커피를 따고 그걸 내려 마신다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 곳이 이곳"이라며 "커피와 함께 밀 농사도 지어 빵도 만들어 먹는 등 청송 안에서 이색적인 외국 농촌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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