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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깡통 주택' 상습 대출 사기 50대 징역 10개월 '실형'

판결로 보는 사기 사례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임차보증금이 매매 대금에 육박하는 이른바 '깡통 주택'을 소재로 수천만원 상당의 은행 대출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소재지 외 다른 행정기관에서 전입세대를 열람할 경우 실제 거주 중인 전입세대가 조회되지 않는 제도적인 허점도 드러났다.

대구지법 제4형사단독(판사 이용관)은 허위 부동산 담보 대출을 만들어 금융회사로부터 8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진 A(51) 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구미 사곡동 한 아파트를 1억3천만원에 매입하기로 약정했다. 정확히 해당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1억4천만원)을 자신이 승계하기로 하고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

당시 구미 지역은 공단 등으로 임대 수요가 많아 임대보증금이 아파트 매매가에 육박하고 있었다. 다수의 아파트 매물들이 소액의 계약금만 지불한 상태에서 매입 계약이 체결되고, 임차인이 지급한 임대보증금으로 매매 대금을 치르는 게 관행이었다. 현금이 없더라도 아파트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아파트 주인이 된 A씨의 목표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었다. 아파트를 누군가에게 판 것처럼 속이고, 그 사람의 명의로 은행 대출금을 받아 자신은 돈만 챙기는 것.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음에도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여성에게 접근하려 했던 A씨는 이 방법이 수포로 돌아가자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B씨에게 접근했다.

"3개월 후 아파트 명의를 바꿔주고 대출금도 모두 해결하겠다. 매달 관리비 명목으로 200만원 주겠다"는 A씨의 말에 넘어간 B씨는 지난 3월 11일 대구 수성구청에서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성구에 있는 한 금융회사를 찾아갔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둘이 입을 맞춘다고 해도 대출이 나오긴 어렵다. 전세보증금 1억4천만원이 반환되기 전까지 해당 아파트는 담보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임차인이 전혀 없는 것처럼 나온 전입세대열람 내역을 제출하면서 은행을 속였다.

통상 은행들은 주민센터에서 발급한 '전입세대열람내역'을 첨부할 것을 요구하는데, 당시 A씨는 ▷소재지 외 다른 행정기관에서 ▷구 주소가 아닌 신 주소를 기재하고 ▷동 호수를 중복 기재하면 전입세대가 존재함에도 조회되지 않는 등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은행은 담보 가치가 전혀 없는 아파트를 담보로 8천만원을 대출해줬고, 이 돈은 고스란히 A씨에게 흘러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지만 동종 범죄로 징역형의 실형을 포함해 이미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누범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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