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심하다. 싸워도 너무 싸운다. 국회의원들은 왜 맨날 싸움질만 해대느냐며 사람들이 비난할 때도 그러지 마라고 했다. 국회는 원래 싸우는 곳이라고, 유권자들이 서로 내편 들어달라며 뽑아줬으니 좀 싸워도 된다고 했다. 지난 정부가 걸핏하면 일치단결, 혼연일체를 강조할 때도 그건 아니라고 했다. 때가 어느 땐데 병영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소릴 하느냐고, 사람 사는 곳은 어느 정도 티격태격하기 마련이라고, 그게 다양성이고 거기서 새로운 게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말문이 막힌다. '수꼴' '좌빨' '꼰대' '극혐' 등 증오와 멸시를 꾹꾹 눌러 담은 말들이 온 나라에 넘쳐난다. 나이 따라 세대가 반목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과 지역이 갈라져 서로를 백안시하고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서로 깎아내린다. 이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적당히 싸움에 편승하거나 갈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을 챙긴다. 심지어는 싸움을 은근히 부추기기까지 한다.
이건 다양성이 넘치는 사회도 아니고 좋게 말해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사회도 아니다. 그저 난장판에 가까울 뿐이다. 이번 정부 들어 내내 그랬다. 처음 문재인 대통령이 홍은동 자택을 나와 청와대로 향할 때, 거리에서 시민과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을 때, 그때 잠시 조용했을 뿐이다. 그 후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곱씹어 보면 나라가 이처럼 사분오열된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있다. 취임 초, 쪼그려 앉아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과의 스킨십을 즐기는 대통령을 보며 여당은 '불통의 시대가 가고 소통의 시대가 왔다'고 했다. 그러자 야당은 그건 소통이 아니라 그저 보여주기식 '쇼통'일 뿐이라 받아쳤다.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어 사사건건 끊임없이 이어졌다.
크게는 탈원전 문제로 싸우고 4대강 보 해체를 두고 싸우고 대북 정책을 놓고도 싸우고 또 싸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에 관해선 전쟁을 벌이다시피 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대선 후보들의 선거공약을 보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작게는 대통령의 옷차림, 여당 정치인의 말 한마디, 야당 대표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정쟁거리가 되었다. 싸움이 격화될수록 양쪽은 유리한 판세를 점하려 각각 기를 쓰고 국민을 끌어들였다.
한쪽은 내 뜻대로 돼야 나라가 제대로 설 거라 하고 다른 쪽은 그렇게 되면 나라가 거덜날 거라고 했다. 그러다 점점 국민을 향한 호소는 협박이 되고 국민과 국민을 갈라놓는 이간질이 되었다. 그렇게 논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편향된 믿음과 불굴의 투쟁심만 남았다. 저런 수구세력이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할 리가 없고, 저런 좌파세력이 올바른 생각을 할 리가 없다는 식이다.
어느 한쪽의 논리로만 본다면 아직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이렇게 되면 굳이 뭐가 옳고 더 좋은 건지 논쟁을 하거나 설득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 시간에 저 나라를 좀먹는 나쁜 무리를 향해 증오와 저주를 퍼붓는 것이 지지자 규합에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 달 넘게 나라의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고 있는 조국 논란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린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막으려 했다면 인사청문회를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강남 좌파 조국은 틀림없이 위선자에 악인일 거라는 확신과 적개심을 앞세우기보다 그에 관한 의혹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져 물었어야 했다.
짧은 기간, 어마어마한 양의 조국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육두문자 빼곤 한 인간과 그의 가족에게 퍼부을 수 있는 모든 모욕과 비난은 다 본 듯하다. 어떤 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 싸우고 비난하는 뉴스만 접하다 보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
이제 그만 좀 하자. 대한민국이 무슨 조국 이전 시대와 조국 이후 시대로 나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오죽하면 대한상의 회장이 "정치는 끝없이 대립하고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 같다"며 한탄을 할까? 조국 장관이든 그의 가족이든 죄가 있다면 재판을 통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경제도 돌아보고 태풍이 오는지도 살피고 가을 하늘도 한 번씩 쳐다보자. 그렇게 다른 이야기도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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