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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우리 도시가 세계음악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오페라와 뮤지컬 제작을 통해 축적된 능력에 국악과 같은 다양한 예술분야의 특성들이 더해지게 된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새롭고 신선한 음악극들이 우리 도시에서 탄생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에는 필수적으로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필요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새로운 형식의 음악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도시가 보유한 극작가의 능력치가 어떠한가에 따라 그 도시가 생산하는 음악극의 수준이 결정된다.

그래서 좋은 극작가를 보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일단은 새로운 이야기꾼들을 길러내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딤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아카데미를 더욱 활성화하고 대학 문예창작학과의 좋은 인재들이 지역 예술계에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모를 통해 숨어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이 낭독극이나 쇼케이스 같은 형식으로라도 무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우를 잘 해줘야 한다. 창작자를 존중하고 높은 대우를 해주는 도시에 훌륭한 창작자들이 모이게 되고 활발히 활동하게 된다. 당연하지 않은가? 제대로 된 한 편의 대본을 쓰기 위해 작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악성 우륵 선생에 대해 대본을 쓰기 위해서는 삼국시대의 역사, 가야연맹에서 대가야의 역할, 가야금이라는 악기의 특성, 대가야의 소멸과 신라의 관계 등 수많은 사항들을 자세히 공부해야 한다. 충분히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적정한 작가료를 받아야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수도권에는 CJ 스테이지업, 창작산실, 스토리움 등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중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저작권도 세심하게 지켜주고 무대화를 위한 후속 과정도 연결해준다. 그들은 왜 창작자를 열심히 찾고 우대할까? 결국엔 누가 좋은 이야기를 가졌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 아닐까?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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