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정오쯤 새로 생긴 키즈카페에 가려고 아내와 2살 아이를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이태웅(31·대구 달성군) 씨는 비틀거리며 달리는 외제 승용차 한 대를 목격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1차로와 3차로를 넘나들며 주행하는 이 차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태로웠다.
졸음운전으로 판단한 이 씨는 비상등을 켠 채 속도를 크게 줄이고 차량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심하게 비틀대던 차는 급기야 중앙분리대에 충돌하며 1차로로 서행했다.
이 씨가 조심스레 차에 접근하자 백발이 성성한 운전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간신히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다. 중앙분리대에 충돌하며 겨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듯 속도는 시속 20~30㎞까지 줄었지만, 추월차로인 1차로의 특성상 고속으로 달려오는 차와 부딪혀 대형 교통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이 씨는 결국 자신의 차로 앞을 막아서기로 했다.
그는 23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했다. 다행히 뒤차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느리게 달리고 있어서 차를 막아 멈춰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나와 내 가족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씨의 차가 앞을 막아서자 가벼운 추돌사고가 일어났고, 비틀대며 달리던 차는 드디어 멈췄다. 아내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외친 뒤 운전석에 달려간 그는 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두드렸고,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운전자는 간신히 창문을 열었다.
알고 보니 항암치료를 받은 직후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던 운전자는 갑자기 일어난 항암제 부작용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후 정신을 잃은 운전자는 10분 뒤 도착한 구급차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고, 회복 후 당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2차 사고도 나지 않았고, 인명을 구조했다. 어르신이 곧장 건강을 회복해 다행"이라며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똑같은 일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는 23일 이 씨에게 'TS교통안전의인상'과 함께 상금 100만원을 수여했다. 곽일 대구경북본부장은 "자칫 일어날 수 있었던 대형 교통사고에서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자 용기 있게 행동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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