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1호' 여성 항해사 "동해바다 지키는 일에 큰 보람"

외항상선 승선, 해사고 제1기 여성 졸업생 이력…1년 중 절반 가까이 배에서 생활 '바다지킴이'

어업지도선 경북 201호에서 이수현 주무관이 항해하는 모습. 경북도 제공
어업지도선 경북 201호에서 이수현 주무관이 항해하는 모습. 경북도 제공

그동안 여성을 찾아볼 수 없었던 불법조업 선박단속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경상북도 어업지도선 경북 201호에서 일하는 이수현(21) 주무관. 이 주무관은 어업지도선 승선원 7명 중 유일한 여성이자 경북도청 소속 '역대 1호' 여성 항해사다. 선상에서 매일 항해장비 등을 점검하고, 구조물과 밧줄을 당겨내는 등 남자도 힘들어하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이 주무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 1월 공직 생활을 시작한 막내이자 1만t급 외항상선을 운전한 특이이력 소유자다. '내륙을 떠나 바다를 항해하는 꿈'을 품고 1977년 개교한 부산해사고등학교 제1기 여성 입학생으로 줄업해 남자 동기들도 꺼려하는 외국 케미컬 선사에 입사한 것.

경북 어업지도선 이수현 주무관
경북 어업지도선 이수현 주무관

1만t급 대형 외항상선을 조종하고 반 년씩 대양을 항해하면서 황산, 카스틱 소다 등 화학제품을 운반한 그는 "20명의 외국인 선원과 태평양 7개국을 누비며 태풍, 파도같은 사고 위험 때문에 힘들었지만 바다와 친해질 수 있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다 국내 항해사 인력이 소수인 것을 알고 항해사로서 재능을 사회를 위해 쓰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다. "국가가 저를 항해사로 길러준 것에 대한 보담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어업지도선 경북 201호를 조종하면서 불법어업 지도와 단속, 선박구조, 실종자 수색 등 일을 하고 있다. 외항상선에 근무할 때처럼 배 안에서 자는 날이 많지만 불법 조업을 막고 어업 간 분쟁을 해결할 때는 보람을 느낀다.

특히 경북의 대표 특산물인 대게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게불법조업 단속에 관심이 크다. 연중 150일 가량을 바다에 머물며 어업지도 140건, 검문 84건, 수색 9건 등을 동료들과 함께 해냈다.

김상욱 경북 201호 선장은 "불규칙적인 스케쥴 등 힘든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또 우리 선박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칭찬했다.

이수현 주무관은 "남녀 성비가 9대1이 넘는 곳에서만 일해 왔는데 여성 후배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싶다"면서 "공직자로서 해양자원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바다지킴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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