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으로 승인 받았지만 체중감량제로 처방돼 심장 이상으로 최대 2천명이 사망한 의혹이 제기된 약품과 관련된 재판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다. BBC 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재판은 앞으로 6개월 동안 해당 의약품 '메디아토르'(Mediator)의 제약사인 세르비에 및 감독관청에 제기된 과실치사 및 사기, 태만 혐의를 가리게 된다.
4천명 이상의 원고는 세르비에가 약품의 부작용에 눈을 감았다는 생각이지만, 세르비에 측은 부작용에 관해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메디아토르는 애초 혈액 내 지방 수준을 낮추는 약품으로 출발해 1976년 시판되기 시작했지만 이후 당뇨병 환자들에게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처방됐다. 특히 이 약은 식욕 억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의사들도 일반치료제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이 약품이 프랑스에서 흔히 처방되는 약품 50가지에 포함될 정도로 대중화하면서 2009년 시판 중단까지 복용한 사람만도 약 500만명에 달했다. 주요 제약사인 세르비에 측은 이 약품 판매를 통해 최소 10억 유로(1조3천억 원)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이미 2000년대 초 이 약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이 약품의 부작용은 복용자들 사이에 심장판막 손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제기됐고, 관련 연구가 이어지면서 결국 판매금지로 이어졌다.
그 사이 메디아토르 관련 사망자는 500명에서부터 최대 2천명이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수천 명이 심장혈관 합병증으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관계당국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갖가지 경고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관계당국도 법정에 세웠다.
2007년 메디아토르의 부작용을 세상에 알린 호흡기내과 전문의 이렌 프라숑은 제약사가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결국, 우리는 용인할 수 없는 스캔들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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