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9시쯤 경북 군위군 우보면의 한 돼지 사육농가. 1t 소독차량이 농가주변을 쉼없이 돌며 소독약을 분사하고 있었다.
이 농가는 4번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파주의 한 농장에 지난 9일 돼지 11마리를 출하하면서 ASF 발생 가능성이 있어서다. 다행히 이날 저녁 정밀검사 결과 이 농가는 ASF 음성으로 확인됐다.
군위군은 이날 오전부터 방역 차량을 급파해 돈사 8개동(사육두수 7천여 두) 연면적 8천266㎡에 달하는 이 농가 주변에서 1시간 동안 소독작업을 벌였다. 농가 입구에는 생석회 도 살포했다.
소독시설이 설치된 농가 입구는 군위군에서 파견한 인력 1명이 상주했고, 내부에선 농장주가 별도로 자체 소독을 하고 있었다.
이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와 가축분뇨는 이달 30일까지 이동이 통제됐고 외부인과 차량 등도 출입이 통제됐다. 군위군은 이날 오후 5시에 한 차례 더 방역작업을 벌였다.
배재은 군위군 산림축산과장은 "지역내 다른 농가에서도 외부 출입차량과 출입자에 대한 통제 및 소독 등 방역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쯤 경북 영천시 도남동에 있는 도축가공업체 A사.
도축업무를 담당하는 대다수 직원들의 얼굴엔 피로감과 함께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 업체는 영천에서 도축과 해체, 가공 등의 돼지 도축장을 영위하는 유일한 업체다.
A사는 이날 오전 인천 강화에서 ASF 의심농가가 확인되고, 인접한 군위군 한 농장에서 경기 파주에 있는 농장에 돼지를 출하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소독시설을 24시간 가동하는 등 도축전 위생 및 방역 조치를 더욱 강화했다.
다수의 농가와 관련 종사자, 돼지 운반차량 등과 교류가 잦은 특성상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A사는 돼지 이동제한 조치가 풀린 지난 19일부터 영천지역 내 거래농장의 도축 반입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도축장 가동시간을 평소보다 3시간 이상 늘리고, 전화업무를 제외한 50여명의 전 직원을 동원해 도축업무에 매달리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ASF 발병 이전 하루 평균 700~800마리 정도이던 도축 물량이 지금은 1천 마리에서 1천400마리에 달한다"며 "평소 오후 5시면 끝나던 도축업무가 오후 8~9시가 넘어야 마무리될 정도이고, 도축이 가능한 지를 묻는 전화문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대한양돈협회 영천지부 관계자는 "돼지 사육농가들의 ASF 우려가 커지면서 시세가 그나마 나을 때 팔야야겠다는 공포심리 확산으로 도축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영천에는 74개 농가에서 20여만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영천시는 이날 ASF 확산 방지 및 차단 방역 차원에서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제7회 영천대마기 전국종합마술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또 ASF 차단을 위해 방역대책상황실 및 양돈농가 담당관제 설치, 거점 소독시설 운영, 긴급방역용 소독약품 2천117kg 및 생석회 1천350포(27톤) 공급 등의 긴급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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