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SM은 언제까지 저공비행을 할까?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Super M'(슈퍼 엠)의 컨셉트 사진 중 하나. 연합뉴스

얼마 전에 인터넷 상으로 알게 된 아이돌 덕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요즘 아이돌 계가 뭔가 가라앉은 느낌이라는 것에는 모두들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올해 초 YG가 버닝썬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관한 그 어떤 시도도 먹히지 않았고, 자타공인 '대형신인'이라 할 수 있는 엑스원(X1)은 이들을 탄생시킨 프로그램인 '프로듀스X101'의 조작 논란에 발이 묶여있는 형국이다. 소위 '핫한' 대형 신인 아이돌도 없는 상황에서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이게 다 SM에서 새 걸그룹을 안 내서 그런 거예요."

그러고보니 요즘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아이돌 덕후들이 보기에는 만족스럽지 않겠다 싶었다. 새 걸그룹을 내기는 커녕 에프엑스(f(x))의 멤버인 '엠버'가 계약 만료로 SM을 떠나는 등 인재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f(x)와 레드벨벳 등을 기획한 민희진 전 SM 이사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겼다. 내년에 신규 남녀 아이돌을 내놓을 예정이라지만 아무래도 SM에서 새 걸그룹을 보기는 한동안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보다 더 문제는 SM이 과감한 시도 보다는 안전한 기획을 자꾸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NCT127의 'Superhuman'(슈퍼휴먼)에 대해서 아이돌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는 "'Superhuman'의 촘촘한 화성과 밀도 높은 사운드는 공간감과 도회성으로 대표되는 NCT 127의 '네오 시티'라기보다 'SM 타운'의 유구한 공식을 따른다"며 "신 문화기술을 표방하겠다던 팀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이런 '안전함 추구'에 대한 흐름은 'Super M'(슈퍼 엠)이라는 프로젝트를 낳았다.

'Super M'은 샤이니 태민, 엑소 백현과 카이, NCT 127의 태용과 마크를 비롯해 NCT의 멤버이면서 중국 그룹 WayV의 멤버이기도 한 루카스와 텐 등 7명의 멤버로 구성된 연합팀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SM의 '구면'으로 만들어진 '신인'이라는 점이다. 멤버들의 능력치야 이미 검증된 바이니 시너지 효과만 내 주면 성공할 거라는 포석으로 보인다.

나는 우주적 세계관을 만들어가면서 '엑소'를 만들고 'NCT'라는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개념을 출범시키면서까지 아이돌을 만들어내던 SM의 무모함과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기존 그룹에서 잘 나가던 멤버들을 헤쳐모여 시켜서 새로운 팀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SM'이라는 기획사가 더이상 싱싱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곳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하다. 아니면, 지금 아이돌 시장이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침체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단초가 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