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영석 PD는 유튜브에 '채널 나나나'를 개설하고 '아이슬란드 간 세끼'라는 웹 콘텐츠를 선보였다. 김태호 PD도 복귀 후 새 예능으로 '놀면 뭐하니?'를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어째서 이 스타 PD들이 유튜브의 10분짜리 웹 콘텐츠에 뛰어들고 있는 걸까.
◆나영석 PD의 유튜브 실험, '아이슬란드 간 세끼'
지난 9월20일 tvN '삼시세끼' 산촌편이 끝나고 이어진 이른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5분짜리 정규편성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파격을 선보였다. 본래 원 제목은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인 이 프로그램은 5분이라는 짧은 방송분량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방송이 곧 끝난다는 자막을 담아 의외의 웃음을 안겼다. 과연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 5분짜리 방송은 앞뒤로 광고가 붙었을 만큼 어엿한 예능 프로그램의 성취를 보였다. 어떻게 이런 방송이 가능했을까.
이 프로그램의 시발점은 '신서유기'가 '윤식당'과 퓨전해 만들어낸 '강식당3'에서 강호동이 농담처럼 던진 말로부터 비롯되었다. '신서유기 외전'을 '삼시세끼' 뒤에 매주 5분씩 붙여 내보내자고 했던 것. 그리고 '신서유기6'에서 게임 도중 이수근과 은지원이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상품으로 얻게 되자 이 농담 같은 말은 현실이 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5분짜리 정규 편성된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방영분은 유튜브에 공개될 전편의 예고편 같은 성격이라는 점이다. 첫 방송이 되는 20일 나영석 PD는 이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며 이벤트를 넣는 유튜브 방송을 자신이 개설한 '채널 나나나'를 통해 선보였다. 그리고 정규 편성된 5분짜리 방송이 나간 후, 유튜브에 12분, 8분짜리 동영상 두 편을 공개했다. 그 동영상에는 정규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내용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상품 노출에 대한 제한이 없는 유튜브의 성격을 그대로 살린 아시아나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보여주는 '언박싱' 영상 같은 게 그것이다.
나영석 PD의 유튜브 실험은 우리에게 또 한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MBC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하고 1년여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돌아온 김태호 PD의 행보다. 그 역시 유튜브를 통한 '놀면 뭐하니?'라는 릴레이 카메라 형식의 웹 콘텐츠를 먼저 선보였고, 그 후 그것을 TV 버전으로 진화시켰다. 지금도 유튜브에 개설된 '놀면 뭐하니?'라는 채널에서는 TV 방송과 공조해 예고영상을 보여주거나 때로는 미방영분을 내보내기도 하고 있다. 어째서 국내 예능PD 중 양대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나영석 PD와 김태호 PD는 모두 TV 방송과 더불어 유튜브를 공조하고 있는 걸까.
◆플랫폼의 변화가 만든 형식과 내용의 변화
그것은 최근 젊은 세대들이 점점 TV로부터 이탈해 인터넷과 모바일로 콘텐츠를 즐기는 경향이 생기면서 방송보다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플랫폼만 옮겨간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면서 이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내용이나 형식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저 '아이슬란드 간 세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방송 분량이다. 사실상 본방에 해당하는 유튜브에서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방송 분량은 12분, 8분으로 10분 내외다. 이것은 모바일로 주로 많이 보는 웹 콘텐츠들의 특성이 반영된 분량이라고 볼 수 있다. 김태호 PD가 처음 유튜브에 공개했던 '놀면 뭐하니?' 릴레이카메라의 분량도 10분 내외. 이렇게 분량이 10분 내외가 된 건 모바일 같은 특성상 그 이상을 집중해서 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영상 자체가 짧아지자 그걸 담는 편집 방식도 달라진다. 굉장히 압축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세세하게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조도 바뀌어버린다. 거두절미하고 시작하는 이야기와 상황 속에서 즉각적으로 나오는 이른바 '드립' 형태가 이 짧아진 영상 속에서는 더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영상이 짧아지면서 내용과 스토리텔링 방식이 달라진 대표적인 사례는 웹 드라마다. 우리가 TV시대에 드라마라고 하면 보통 60분 내외를 떠올리지만 웹 드라마는 10분에서 15분 분량으로 한 회가 만들어지면서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 대신 거두절미하고 상황을 보여준 후 바로 바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서두를 길게 가기보다는 공감 가는 특정 상황을 끌어와 바로 바로 갈등을 일으키고 해결하는 이야기방식을 추구하게 된 것. 물론 웹드라마는 2010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적은 제작비, 인지도 낮은 출연자, 짧은 영상 등으로 '드라마의 마이너리그'처럼 치부되기도 했지만, LTE서비스가 시작된 2013년부터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조금씩 인기를 끌기 시작하다 2017년에는 가파른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유튜브 사용이 일반화된 대중들의 웹 드라마 시청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히는 '연애플레이리스트'는 2017년 시작해 시즌4까지 만들어진 웹 드라마로 누적 재생수가 무려 4억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웹 예능에 이어 웹 드라마의 기존 TV 콘텐츠들과는 다른 형식과 내용들이 조금씩 대중들, 특히 모바일과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웹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들의 달라진 미디어 감성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내놓는 웹 콘텐츠들에 지금의 대중들이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한 때 TV가 주도했던 방송 콘텐츠의 시대가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이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TV 시대의 성패를 가름하던 본방 시청률의 수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TV 앞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특정 편성시간대에 본방하던 시절, 심지어 50%가 넘는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드라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시청률 10%를 넘기는 일 조차 어려워졌고 심지어 5% 미만의 드라마들도 적지 않다.
TV 앞에 앉았던 시청자들은 이제 저마다 개인화된 미디어, 즉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미 젊은 세대들 중에는 TV를 보지 않는 일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미디어 이동은 그 미디어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감성들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10분에서 15분 사이로 압축 편집되어 보여지는 웹 콘텐츠는 분량만 줄어든 게 아니라 내용도 형식도 달라졌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대중들의 감성들을 겪으면서 김태호나 나영석 같은 스타 PD들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대중들이 달라지고 그 새로운 감성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금세 외면 받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존 TV 방송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웹 콘텐츠를 연동하고 경험하려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미래의 콘텐츠는 TV가 아니라 웹에 있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점점 영화 같은 완성도가 높아지는 콘텐츠들을 네트워크로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세계도 열리고 있다. 미디어의 격변기 속에서 여러모로 TV 영상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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