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변 식물 고사 생태교란 '가시박'…퇴치 골든타임 넘기나

주변 식물 말려죽이는 한해살이 풀 가시박, 8~10월 개화기 전까지 모두 퇴치 관건
비숙련 시민은 퇴치에 어려움, 조경업체는 "부족한 사업비, 인건비 충당 못한다" 고개 젓기도

25일 대구 북구 무태조야동 금호강 도로변에 생태계교란 식물인 가시박이 나무를 뒤덮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5일 대구 북구 무태조야동 금호강 도로변에 생태계교란 식물인 가시박이 나무를 뒤덮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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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지난 5월 22일 달성습지에서
대구시가 지난 5월 22일 달성습지에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 맞이 가시박 퇴치작업을 벌였다. 대구환경청, 대구시, 달서구, 달성군, 자원봉사단체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대구시 제공

식물 생태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는 생태계교란종 가시박 제거를 위해 매년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인력과 예산 투입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왕성한 번식력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벌써 퇴치 골든타임을 다 넘겨버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의례적인 수준의 퇴치작업만 되풀이해서는 의미가 없다. 씨가 생기기 전인 8월 이전에 지자체 등 관계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적극적인 제거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4월 전후 싹을 틔운 가시박은 8월 무렵이면 주변의 모든 나무 끝까지 타고 올라간 뒤 잎과 가지를 완전히 뒤덮고 광합성을 방해해 결국 자신 이외의 나무를 말라죽게 만든다. 번식력도 무시무시하다. 8~10월 개화하는 가시박의 씨앗주머니에는 많게는 2만5천 개의 씨앗이 강과 하천을 따라 떠다니며 확산한다.

대구시는 2014~2017년 자발적으로 가시박을 퇴치한 시민에게 1인당 2만원씩 연간 모두 1천920만~3천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지난해부터는 2억8천만원 규모의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확대, 각 기초자치단체에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지난해까지 대구에서 퇴치한 가시박은 면적 172만㎡, 무게 33만2천여㎏에 이른다.

하지만 초기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시민들조차 작업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업체들도 사업비 부족과 끝 없는 업무량에 참여를 꺼리는 것이 문제다.

조경업체를 선발해 용역 사업을 벌인 한 구청은 참여 업체로부터 "5~10월 6개월 간 단돈 2천여만원에 조경업체 전문가 5명이 구 전역의 가시박을 없애기는 역부족"이라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구청 관계자는 "가시박 퇴치는 인건비 싸움이다. 조경 전문가조차 발아 초기엔 가시박 구분을 어려워 하고, 해당 시기를 놓치면 가시박이 순식간에 대량 번식해 속수무책이 된다. 용역에 참여하려는 조경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대 식생 보존이 중요한 거점일수록 퇴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달성습지·안심습지, 금호강 일대 등 중요 거점에선 상시 근무하는 자연감시원이 8월 이전까지 수시로 가시박을 감시, 퇴치하는 등 효율적인 퇴치 방안이 필요하다"며 "특히 꽃이 피는 8~10월 이전에 퇴치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시박=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 국내에는 1980년대 후반 오이·호박과 접목하고자 수입됐지만, 그 번식력이 워낙 왕성하고 주변 식물까지 고사시켜 문제가되면서 생태교란종으로 2009년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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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지난 5월 22일 달성습지에서
대구시가 지난 5월 22일 달성습지에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 맞이 가시박 퇴치작업을 벌였다. 대구환경청, 대구시, 달서구, 달성군, 자원봉사단체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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