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약령시 한쪽에선 도매시장 법인이 만성 적자로 문을 닫는데, 다른 쪽에선 국·시비 100억원을 투입한 한방의료체험타운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대구약령시 활성화와 전통성 유지를 놓고 엇갈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 한방산업의 중심지로 약령시의 근간이 됐던 한약재도매시장 운영법인이 37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폐지 수순을 밟기로 한 것.
1982년 문을 연 대구한약재도매시장은 1993년 2월 현재 위치인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지금까지 대구약령시의 전통 5일장과 한약재 경매 방식을 결합한 전국 유일의 한약재 공판장으로 국내산 한약재 도매기능, 전국 한약재의 시세 표준화 주도 등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곳의 운영을 담당한 법인은 수입산 한약재 증가,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약재 판매 규격화(GMP)로 인한 일반 약재상 폐업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매수수료만으로는 더는 도매시장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26일 주주간담회를 통해 현재 법인 폐지 순서에 대해 논의했다. 매년 4천~5천만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약재도매시장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409t에 이르던 한약재 거래물량이 지난해 114t으로 급감했고, 거래 금액 역시 35억400만원에서 17억8천100만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자산이 4억1천만원에 불과한 도매시장이 매년 4천~5천만원 정도의 적자 발생으로 대구시의 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약령시의 역사나 전통성을 지키기 위한 지원 없이 관광 및 체험프로그램 등에만 편향된 대구시의 약령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오는 12월 개관을 앞둔 한방의료체험타운이 현재 운영 중인 인근 체험센터·박물관 등과 기능 및 프로그램이 유사하다는 '붕어빵'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철로 대구시한약재도매시장 이사장은 "영천시는 약재시장의 수수료를 일부 지원하는 등 시장 살리기에 적극적이지만 대구시는 매번 예산 문제로 지원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노후화된 시설 보수 및 개선 지원도 할 수 없다고 해 결국 법인 폐지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농수산유통과 관계자는 "운영법인이 적자로 인해 폐지 절차를 밟는 것일 뿐 한약재도매시장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한약재 유통구조와 수요층 다변화에 맞춰 도매 거래 방식을 변경하고, 인근 주차장 임대 수익 등을 통해 적자를 일부 보전해주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