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민체조, 어때서?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대구 도심의 한 지하상가 내 매장에서는 직원 출근시간 즈음에 옛 세대에 낯익은 '국민체조'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직원들은 옛 음악과 구령에 맞춰 흘러간 국민체조의 여럿 동작 가운데 8가지로 몸부터 풀고 하루를 맞는다. 근육을 풀어주고 업무 시작을 위한 준비여서 그런지 직원 반응이 좋단다.

1970년대 보급, 유행되다 이후 정권의 부침에 따라 국민을 위한 체조의 이름도, 모양도 바뀌었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지난 정부에서처럼 강제성을 띨 수도 없고, 그럴 만한 시대도 아니다. 그런 요즘에 옛 유신정부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는 국민체조는 어울릴 법하지 않지만 좋아서 소환하니 어쩌랴.

흘러간 국민체조가 아직도 되살아 쓰이듯이 대구경북, 특히 구미에서는 다른 곳과 달리 역사 속의 새마을운동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왕산 허위 독립운동가는 특별히 마음에 간직하는 역사적 일이고 인물이다. 지역 사람들의 특별한 감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멀리하고 홀대한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이로 인해 자주 이름과 얼굴을 알려 자신을 드러낸 데는 성공(?)한 듯하다. 이미 그는 대구경북 33명 자치단체장 중 유일 여당 소속이라 '백로 속 까마귀'나 '까마귀 속 백로'만큼 관심인데, 지역 정서를 외면한 이런 행보로 더 알려져야 하나.

새마을과 폐지 시도에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는, 구미산단 50주년 영상물에서 박 전 대통령을 뺀 대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을 소개한 사례가 그렇다. 왕산 허위 독립운동가를 기려 지난 남유진 시장 시절 결정된 공원의 '왕산' 광장의 이름 변경도 같다.

국민체조의 부침(浮沈)처럼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지난날의 일과 역사도 다르지 않다. 쓰임이 없거나 아끼고 기리는 사람이 없으면 자연히 잊힐 터이지만 지역과 환경에 따라 같지 않다. 대통령이, 시장이 바뀌었다고 멋대로 지우고 강제할 성격이 아니다. 장 시장의 지난 행동은 임기 내 단기간 스스로 드러내고 싶은 안달증 때문이리라. 물론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장 시장의 구미가 아닌, 구미의 장 시장임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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