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문경 교회에 폭발물" 상습 허위 신고자 긴급체포

경찰 "특정 인터넷 사이트 우회해 119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문자 신고"

지난 4월 24일 문경의 한 교회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 폭발물 처리반이 도착해 장비를 꺼내고 있다. 고도현 기자
지난 4월 24일 문경의 한 교회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 폭발물 처리반이 도착해 장비를 꺼내고 있다. 고도현 기자

잇단 허위 폭발물 설치 신고로 경북 문경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사건(매일신문 3월 12일 자 8면 등)을 수사 중인 경찰이 5개월여 만에 20대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해 긴급체포했다.

이 남성은 2017년에도 같은 혐의로 입건돼 기소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번에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경경찰서는 지역 아파트 등 주택가에 수차례에 걸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신고를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A(27) 씨를 긴급체포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10일 문경시 모전동 한 아파트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내용을 다매체(휴대폰·PC 등) 웹을 이용, 국정원 번호로 119로 접수했다.

이어 4월 24일에는 '문경시내 교회 6곳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등 지난 7월까지 상습적으로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신고로 문경경찰서 경찰관과 경찰특공대, 대구경찰청 폭발물 분석팀, 문경소방서 소방관, 특수구조대 소방관, 군부대 폭발물처리반, 문경시청 직원 등 1천여명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1천여명이 문경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폭탄을 찾아라" 지난 3월 11일 오전 2시쯤 대구경찰청 폭발물처리반 요원이 문경의 아파트 우편함을 살펴보고 있다. 고도현 기자

경찰은 통신수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해외 서버로 익명 신고를 한 A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검거했다. A씨는 25일 오후 8시 50분쯤 문경 영신유원지 주차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 과정에서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경경찰서 관계자는 "A씨가 단말기를 특정할 수 있는 전화로 신고하지 않고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우회해 119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문자 신고를 했다"며 "IP주소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으로 나와 추적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또 "119 홈페이지를 통한 문자 신고를 할 경우 실명 확인 없이 누구나 익명으로 할 수 있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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