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열린 26일 오전 대구 중구 약령시 한약재도매시장은 전국 한약재 물류유통의 중심 도매시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로 입찰가를 목청껏 부르며 시끌시끌한 일반 경매장의 모습과 달리 이날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온 중도매인들은 5, 6명에 불과했고, 이들이 경매를 통해 구매한 약재는 15㎏ 박스 5개 분량이 전부였다.
40년간 약재를 판매해 온 A(72) 씨는 "전성기 때는 한약재도매시장에서 1t 트럭 10대 이상 분량이 거래되기도 했지만 외국산 한약재가 판을 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어 안타까울 뿐"이라며 "대구시가 손 놓고 보고만 있을 문제가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한방골목인 대구약령시의 명맥이 끊길 위기다. 조선시대 만들어져 361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약령시는 한방 관련 업소가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그 자리를 카페와 식당 등이 차지하면서 한방 색채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
현재 대구약령시에는 한방관련 업소 183곳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입점하기 전인 2009년 당시보다 27개 업소가 줄었다. 특히 약업사 6개, 제탕·제환소 36개, 한약방한약국 6개, 한의원 2개가 없어졌고 대신 인삼사‧서적‧의료기 업체가 23곳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12월 대구 중구청과 계명대 산학협력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 모두 580개 업체가 대구약령시에 창업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약령시 보존위원회 측은 약령시 명맥 유지가 더는 힘들 것으로 판단, 현 제일교회 인근 희도아파트 부지 등을 이용해 한방타운을 건설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방타운 건설로 약령시 내 한방관련 업소를 보호하고, 나아가 달성토성과 함께 약령시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는 등 약령시의 전통을 이어갈 방안을 대구시에 지속적으로 건의 중이다.
양대석 약령시 보존위원장은 "카페 등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도 5배 가까이 폭등한데다, 현재 한방관련 업소 운영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대구약령시가 과거의 유산으로 사라질 위기"라며 "대구시에 끊임없이 건의하고 있지만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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