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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이게 나라다운 나라인가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진보와 보수의 분열이 아니다. 좌파와 우파의 대결도 아니다. 오직 조국 한 사람이 촉발한 분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은 '조국 수호'와 '조국 파면'을 외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대구에서도 그랬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평소 정당 활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의 판박이다. 나라의 시계는 미래가 아니라 좌우로 쪼개진 시위대가 극렬하게 충돌하던 60년 전으로 돌아갔다.

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는 실패다. 조국 사태는 두 달이 지나도록 이어지며 온 국민을 정치판에 옭아매고 있다. 조국을 욕하는 사람들과 검찰을 비난하는 사람 간 감정의 골은 깊게 패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골은 더 크고 깊어진다. 전 국민이 둘로 갈려 이토록 증오하고 반목하게 한 죄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가뜩이나 내우외환에 빠진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이 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봇물을 이루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반 토막이 났다. 무디스는 한국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지수가 치솟은 결과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한국이 주변 강대국 외교 무대에서 패싱당하는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온 국민이 국익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이다. 아까운 국력이 그렇게 소진되고 있다.

그 중심에 조국이 있다. 그가 야기한 국가 분열은 이성적으로 설명 불가다. 그는 자신의 말과 글, 행동이 따로 노는 그저 그런 인물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를 둘러싼 해명은 지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자신으로 인해 온 나라가 불구덩이에 빨려들고 있는데도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그 그릇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조선시대 언관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고 트위터에 올렸던 그다.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공인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는 트윗도 했다.

지금 정부 들어 윤석열의 검찰이 지은 죄를 찾기 어렵다. 애초 철저한 인사검증이 이뤄졌더라면 조국은 장관 꿈도 꾸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청와대가 못한 일을 지금 검찰이 하고 있다. 입장을 바꿔 전 정권에 대해 검찰이 그토록 악착같이 달려들지 않았더라면 현 정권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금 검찰은 과거 정권에 매서운 칼날을 들이댔던 그 검찰이다. 과거 정권에 들이댔던 잣대를 지금 살아있는 권력에 들이댄다고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검찰 개혁'을 이야기한다면 그야말로 개혁 대상이다. 무엇보다 윤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던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다.

이제 국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해주는 것이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이 거리로 나와 정치 걱정, 나라 걱정을 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이야말로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며,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고,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길이다. 그러잖으면 조국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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