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지금 대구로 오10미까?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문장이 이상하다. 문장 안에 숫자가 들어가서 문법을 파괴했다. 어찌 보면 받침 없는 발음이 일본어 같기도 하다. 사실은 이번에 개발한 '대구 10미(味)'의 광고 카피이다. '지금 대구로 오십니까?'라는 문장에 '10미'라는 단어를 넣어서 표현했다.

대구 10미 광고를 의뢰받고 좀처럼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 대구 10미의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 대구 10미에 포함되는지 몰랐다. 대구 10미를 기발하게 알릴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이디어 노트에 대구10미라는 단어를 써보기도 하고 붙여보기도 하고 오려보기도 했다. 필자는 아이디어가 막힐 때 이 방법을 자주 쓴다. 문제 하나를 노트에 써두고 360도로 동그라미 원을 그리며 수십 가지 관점에 대입해보는 것이다. 사실 굉장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방법인데 정말 답이 없을 땐 그렇게 아이디어를 찾는다.

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대구10미는 결국 대구에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전통 음식이 아닌가. 그래서 쓰게 된 카피가 '지금 대구에 계십니까?'였다. 그다음에 '그렇다면 누른 국수를 드세요!'라는 서브 카피를 붙이는 식으로 10개의 음식을 대입했다. 말 그대로 대구에 계신다면 대구 10미를 드시라는 단순한 의도였다.

그리고 존재감이 없는 대구 10미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계십니까?'를 '계10미까?'로 교묘하게 10미라는 단어를 집어넣는 방법이었다. 그랬더니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디자인이 예쁘지 않았다. '계10미까?'라는 글에서 '계'와 '10'이 얽혀서 문장 읽는 것을 방해했다. 대구시청 팀과 이 문제로 회의하던 중 '계십니까?'를 '오십니까?'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랬더니 '오10미까?'라는 문장이 만들어지며 디자인도 예쁘게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 대구로 오10미까?'가 최종 카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카피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버스에 대형 간판을 붙이는 기획을 했다. 소비자들이 식당을 찾을 때 사실 간판 디자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간판의 디자인이나 색감, 그리고 이름에 따라서 맛집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을 이용해 세련되지는 않지만, 옛날 맛집 같은 허름한 간판 디자인을 버스 광고판에 올렸다. 그랬더니 맛집 간판을 붙인 버스들이 마치 이동식 맛집처럼 돌아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렇게 대구 10미 광고는 카피와 이미지의 균형을 맞춰 태어났다.

대구 10미 광고를 진행하며 대구시청 위생정책과와 우리는 한 팀이 된 것처럼 작업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막창을 제외한 음식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고 경상도 음식이 생각보다 풍미가 떨어진다는 인식이다. 광고판의 간판에 붉은색을 많이 쓴 것도 식감을 자극하려는 의도였다. 대구만큼 단위 면적과 비교하면 음식점의 수가 많은 도시가 드물다. 가까운 부산이나 대전만 가봐도 대구만큼 음식점이 많지 않다. 치맥 페스티벌이 대구를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된 것만큼 대구 10미에 관한 끊임없는 홍보가 필요할 듯 보인다. 이제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라는 얘기를 그만 듣고 싶다.

(주)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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