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집 골목길, 못 비켜"…주택가 불법 주정차 어찌할꼬?

[독자와 함께]"40년간 산 내 집 앞 골목길로 못 다닌다"…불법 도로점유하고 큰소리치는 주민에 황당한 운전자
남구청 "이면도로 주정차 금지선 없어 불법 주정차 단속 힘들어, 경찰에 신고하라" 떠넘기기만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인근 주택가. 이곳이 이달 초 불법주차, 통행방해로 주민 민원이 제기된 곳이지만 여전히 일렬로 추자된 차량 5대로 통행이 불가능했다. 이주형 기자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인근 주택가. 이곳이 이달 초 불법주차, 통행방해로 주민 민원이 제기된 곳이지만 여전히 일렬로 추자된 차량 5대로 통행이 불가능했다. 이주형 기자

지난달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인근에 사는 친지 집을 찾았던 A(35) 씨는 이면도로(골목길)를 막고 주차한 차 때문에 안쪽 주택가까지 통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차주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다가 도리어 욕 세례를 받았다. 주민 네댓 명이 "우리는 40년간 이곳에 살아왔다. 이 길로는 못 가니 돌아서 가라"며 진입을 막아선 것.

당황한 A씨는 남구청에 전화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안전 신문고 앱에 신고하라"는 구청 직원의 대답에 결국 차를 돌리고 말았다. 사진을 찍으려다 분위기가 더 험악해져 봉변을 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A씨는 "구청에선 이면도로는 단속·견인이 어려우니 일반통행 방해죄로 경찰에 신고하라고 답변했다. 구청이 문제 해결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불평했다.

주택가 인근에 만연한 불법 주·정차 문제가 도로사유화, 교통방해로까지 번지면서 시민들 간에 잦은 마찰을 빚고 있지만, 행정기관이 문제를 알면서도 단속하거나 해법을 찾기는커녕 외면하고 있다.

지난 주말 오전 11시쯤 찾은 이 곳 도로에는 차량 5대가 일렬로 주차돼 있었다. 차 앞 도로에는 일부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의자도 있었다. 주택밀집지역 안에 있는 이 도로는 남구 주요 도로인 중앙대로와 대명로로 나가는 통로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자신의 집 앞 주차를 고집하며 아예 골목길을 막아놓고 있는 것이다.

불편은 다른 이웃들의 몫이다. 다가구주택 세입자 C(31) 씨는 "주택밀집지역은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평소 주차공간을 찾아 10분 넘게 걸어다니기 일쑤"라며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아예 '내 집 앞은 내 주차장'이라며 대놓고 골목길 통행을 막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남구청은 지난 10년 동안 32곳에서 1천98면의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주택밀집지역 내 주차공간 늘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이면도로 통행불편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단속에는 손을 놓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주택가 사이 골목길도 현행법상 주차금지구역 지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남구지역 도로의 약 80%가 8m 이내 이면도로여서 이를 모두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만성 민원지역 등 순찰을 강화하고 주민 계도를 늘려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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