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평] 중국의 엘리트 정치/ 조영남 지음/ 민음사 펴냄

마오쩌둥
마오쩌둥

2019년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 경제와 사회뿐만 아니라 정치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중국과 같은 공산당 일당제 국가에서는 엘리트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실행하는 주요 정책은 소수의 정치지도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처럼 중국에도 의회가 있고 정부도 있다. 그렇다면 마오쩌둥은 어떻게 압도적 지위로 일인지배를 할 수 있었을까? 덩샤오핑은 어떻게 원로지배의 구조를 구축했을까?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의 집단지도는 무엇이 다른가?

덩샤오핑
덩샤오핑

◆중국을 움직이는 엘리트 정치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공산당 일당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특징으로 하는 '당-국가'이다. 공산당과 국가가 인적, 조직적으로 결합되어 있고, 실제 정치 과정에서 공산당이 국가를 종종 대체하는 정치체제인 것이다. 중국에도 국무원이라는 중앙정부가 있고, 전국인민대표대회라는 중앙의회도 있다. 이들은 공산당의 '영도'에 따라, 공산당이 미리 결정한 방침을 각자의 상황에 맞춰 집행할 뿐이다. 때문에 엘리트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 전체의 활동을 이해할 수 없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엘리트 정치는 25인으로 구성되는 중앙 정치국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중국에서 일상 시기에 '중공 중앙'이라고 말할 때에는 정치국을 가리킨다. 당대회와 중앙위원회가 폐회 중일 때 정치국이 그 권한을 대행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달리 정치적 투명성이 매우 낮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자국인에게도 '중공 중앙'이라 불리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권력 기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후진타오에 들어와서는 정치국의 회의 결과가 공개돼 의제는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공산당의 차기 총서기와 국무원의 차기 총리가 어떻게 추천되어 결정되는지, 주요 정책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결정되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후진타오
후진타오

◆일인지배→원로지배→집단지도

1949년 이후 중국의 엘리트 정치 유형은 세 가지 였다. 마오쩌둥 시대의 일인지배, 덩샤오핑 시대의 원로지배, 덩샤오핑 이후 시대의 집단지도이다. 마오쩌둥의 일인지배는 그가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혁명 지도자이자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한 건국의 아버지로서 거의 모든 권력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자의적으로 행사하던 엘리트 정치를 말한다. 마오쩌둥의 '압도적 지위'는 이후의 엘리트 정치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이런 일인지배 방식은 이후의 엘리트 정치의 방향에 큰 영향을 주었다.

덩샤오핑 시대의 원로지배는 소수의 혁명 원로들이 공식 지위의 유무와 상관 없이 실제 권력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엘리트 정치를 말한다. 덩샤오핑은 '압도적 지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8대 원로'라 불리는 혁명 원로들과 협의를 통해 정책결정을 했다.

덩샤오핑 이후 시대, 혁명 원로가 모두 사망하면서 이들이 주도했던 비공식 정치가 사라지고 공식 정치 하나만 남게 됐다. 당·정·군의 주요 권력 기관을 책임지는 현직의 최고 지도자들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을 중심으로 정치 권력을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시기 정치의 집단지도이다. 집단지도의 등장함으로써 공산당은 권력 승계를 비롯한 중요한 문제를 평화적이고 안정적 처리는 물론 개혁 개방의 추진에 필요한 정치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진핑
시진핑

◆시진핑, 일인지배 재현할 수 있을까

시진핑은 후진타오와 비교했을 때 '강한 총서기'로 등장하여,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한 중국의 지위와 함께 주변국에 매우 위협적인 요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특히 저우융캉, 보시라이 등 고위 지도자들을 숙청하고, 2017년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지도 이념을 '당헌'에 삽입하기도 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엘리트 정치가 집단지도에서 일인지배로 변화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엘리트 정치
중국의 엘리트 정치

하지만 중국 엘리트 정치에서의 일인지배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집단지도의 권력 공고화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했을 때,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추진한 권력 공고화 내용인 자파 세력충원, 정풍운동과 부패척결 운동 실시, 자기 이념의 공산당 지도 등은 장쩌민과 후지타오가 추진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시진핑은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와 같은 맥락에 있는 지도자의 한 사람일 뿐이다. 다만 시진핑이 처한 유리한 국내외 상황으로 인해 전임자보다 더욱 강력한 정풍운동과 부패척결운동을 추진했고, 그 결과 더 명확한 성과를 얻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질적' 차이라기보다 '양적' 차이에 불과하며, 집단지도라는 기본 형질에서 분권형과 집권형의 차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700쪽 3만원.

▷지은이 조영남=200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난카이대 정치학과 방문학자,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학자를 엮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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