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전망] 국밥에도 정의가 있는데…

김교성 경북본사장
김교성 경북본사장

도덕의 첫머리는 나쁜 짓 하지 않는 것이다. 나쁜 짓에는 도둑질 등 부정한 범죄 행위가 포함될 것이고, 모든 범죄 행위는 거짓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도덕적으로 살기는 정말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거짓말, 나쁜 짓 하지 말라'는 얘기를 가훈·교훈처럼 듣지만 우리는 잘못된 행동으로 혼나며 성장한다. 철이 들면서부터는 '선의의 거짓말'이란 핑곗거리를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기자는 요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386세대'이기에 20대 자식 세대들이 비난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그럼에도 수시로 '꼰대'가 되고 있음에 헛웃음이 나올 따름이다.

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대리점 폰 매니저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들의 하소연을 가끔 듣는다. 혼탁한 통신 시장이 가져온 현실이다.

얼마 전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바꾸면서 미끼에 걸린 붕어 신세가 된 적이 있다. 미끼였음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고 허우적거리며 기분 나빠 했다. 휴대전화를 예약 구입하고 두 번째 요금 청구서를 받아볼 때까지 폰 매니저의 무지가 포함된 계속된 거짓말에 고생했고 급기야 사회 초년병인 그에게 한마디 했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 같은데 거짓말은 하지 말아요. 잘 몰라서 한 거짓말로 여기지만 알고 속이면 나쁜 행동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그의 삶에 도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지만, 이 또한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꼰대' 짓은 아니었을까.

평범한 시민의 일상이 이러한대 정치인과 관료, 국가 지도자의 거짓말이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몇 달째 이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통해 도덕적 가치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 신음했다.

개인과 가족의 성공적인 삶에 사회적 가치인 도덕이나 정의 따위가 뭔 문제가 되느냐는 반문이다. 부정한 행위를 하더라도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우리 삶 저변에 깊이 깔려 있다. 성공을 향한 이기주의적 사고 덕분에 단기간의 급속한 국가 발전을 가져왔다는 평가마저 있다.

이런 인식에 동조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내가 지금 잘못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다수 국민은 끊임없이 이어진 조국 가족의 거짓말에 넌더리를 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며 법을 어긴 죄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현 정부와 여권 관계자를 비롯해 상당수 국민은 조국의 거짓말을 알고도 이념과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그를 지지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마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현실은 우리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져도 좌와 우의 이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형국이다. 사생결단식 정치 상황에 시민들은 나라 걱정을 하며 광장으로 나가야만 했다.

검찰의 힘을 빼는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만 거짓된 삶으로 얼룩진 조국 사태 해결이 우선이었다. 법 이전에 도덕 있고, 법 위에 도덕 있다.

대구 향토 음식 중 따로국밥이 있는데, 국 따로 밥 따로 주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따로국밥은 국물 맛을 내기 위한 방편이지만 한편으로 이래저래 섞이기 싫어하고 거짓과 부정에 맞서 살아온 대구시민의 정의로운 마음가짐을 반영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보이는 번지르르한 삶과 거리를 둔 시민의 정의가 조국 사퇴를 가져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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