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20대들 사이에서 '뉴트로'가 유행으로 자리잡은지 오래 됐습니다. 자신들이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90년대 이전 문화들에 대해 '아날로그 감성이 풍기는 신선한 컨텐츠'로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일련의 문화현상들을 일컬어 '뉴트로'라고 칭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컨텐츠가 왜 유행하고 있는지는 앞서 말씀드린 것 이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은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용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요즘 지상파 방송국의 유튜브 채널에서 옛날 프로그램을 적당히 편집해 풀어버리자 저와 같은 3040세대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죠.
그래서 이번 '아니면 말고'에서는 제가 뉴트로 트렌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보셨으면 좋을 것 같은 컨텐츠들을 한 번 추천해보려 합니다. 동의하시면 한 번 찾아봐 주시구요, 뭐, 아니면 말구요.
첫 번째로 추천드릴 컨텐츠는 80년대부터 90년대를 주름잡은 팝계의 섹시스타, 마돈나의 '보그' 뮤직비디오입니다. 90년에 발표된 '보그'라는 노래는 그 내용보다는 뮤직비디오의 영상미를 꼭 보셔야 합니다. 흑백으로 촬영됐지만 카메라 앵글이나 조명 사용이 '이게 정말 90년대 만들어진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세련됐습니다. 실제로 보그의 영상미는 90년대 이후 많은 영상물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를 찍은 감독이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나를 찾아줘'를 만든 데이비드 핀처이니 영상미는 보증수표였을 겁니다.
두 번째로 추천드릴 컨텐츠는 홍콩 영화 '중경삼림'입니다. 1995년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우리나라에는 '왕가위 열풍'이 몰아쳤는데요, 지금이야 홍콩 영화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왕가위'라는 거장의 이름도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는 생경스러운 이름이겠지만, 영화 개봉 당시 받은 관객들의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핸드헬드로 찍은 카메라로 흔들리는 청춘을 표현한다던가,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 년 후로 하고 싶다."와 같은 대사, 그리고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안 드리밍' 같은 노래들은 당시 젊은이들에게는 홍콩을 '세련된 도시'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대학생이 되고 나서 우연찮게 찾아봤는데요, 이 영화 때문에 홍콩이 제 첫 혼자 간 해외여행지가 됐답니다.
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컨텐츠는 1997년에 우리나라에서 방송된 드라마 '프로포즈'입니다. 이 드라마는 IMF가 터지기 이전에 만들어졌는데요, 그 이전까지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꿈과 열정이 가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당시 드라마치고는 영상이 매우 세련됐는데요, 이 드라마를 만든 윤석호 PD가 그 이후에 만든 드라마가 바로 '가을동화', '겨울연가'입니다. 대충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하시겠죠? 주연인 김희선, 류시원이 어떻게 X세대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었는지 이 드라마를 보시면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원빈의 신인시절 모습도 볼 수 있으니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네, 제가 소개드린 뉴트로 컨텐츠는 이 세가지입니다. 그러고보니 길이 순으로 소개를 드리게 됐네요. 어쩌다보니 90년대 영상미의 끝판왕 격인 컨텐츠들이 됐는데, 보시면 '20여년 전에도 이런 게 가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아니면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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