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꼴찌의 반란-풍기 중학교 축구부

강분이 풍기중학교 교장.
강분이 풍기중학교 교장.

"우승보다 값진 8강 진출이었습니다."

경북 최북단 영주시 풍기읍에 자리한 작은 시골학교 풍기중학교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축구 축자도 제대로 내세우지 못했던 이 학교 축구부가 올해 각종 전국대회에서 이름을 올린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강분이(58·여) 씨가 있다. 강 교장은 존폐위기에 몰린 축구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팔을 걷고 나섰고 주변의 도움을 이끌어 냈다.

그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성을 중시했고 지도자의 언어폭력과 괴롭힘이 없는 학교로 만들었다.

강 교장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축구부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면서 "풍기지역은 옛날부터 축구에 대한 정서가 좋고 긍정적인 면도 많아 조금만 힘을 보태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했다"고 말했다.

풍기중학교 축구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경대 기자
풍기중학교 축구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경대 기자

강 교장은 뭇 남성들 못지않은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갖췄다. 감독과 코치, 교사와 선수들 간의 불협화음은 현장에서 직접 해결할 정도이다.

"축구를 아무리 잘해도 필요 없다.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는 "축구부도 학교 구성원의 일부다. 운동 중심보다 꿈을 키워주는데 더 매진했다"며 "축구선수들이 거친 운동을 하다 보니 성격도 난폭하고 거칠어 생활 지도가 힘들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풀어주고 인정해주면서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육(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인성교육)을 추진한 결과 학생들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와 올바른 예의를 발견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라고 자랑했다.

그는 축구선수들이 원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원에 나섰다. 24시간 운동장을 개방하고 학생들의 요구가 들어오면 머든지 해결하려고 했다.

이런 노력 때문에 개교 70년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각종 축구대회에서 에선 탈락을 거듭한 풍기중은 올 들어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축구 명문을 향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몇 골 먹었냐!"가 유행어처럼 돼 있던 이 학교에 최근 "몇 골 넣었냐!"라는 유행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19 전국 중등 금강대기축구대회에서 선수가 풍부한 수도권 중학교를 상대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눈물겨운 역전 드라마를 써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말 그대로 1승도 못해 본 꼴찌 팀의 반란이었다.

풍기중은 금강대기에서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하며 우승도 부럽지 않은 8강까지 진출했고, 지난 8월 경북 영덕에서 열린 제 55회 전국 중등추계연맹전에서는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 16강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 현재 경북 안동에서 펼쳐지고 있는 2019 주말리그에서는 8승2무3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성과에는 강 교장의 학교에 대한 무한 사랑뿐만 아니라 전철건 풍기읍 체육회장의 후배사랑, 노철훈 전임코치, 교사와 선수들의 희생정신, 학부모와 동창회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뒷받침 됐다.

전철건 풍기읍 체육회장은 "한 사람의 지도자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며 "강 교장의 희생정신과 노력이 존폐위기를 맞은 풍기중 축구부를 살려냈다"고 했다.

1948년 개교한 풍기중은 전교생 134명에 축구선수가 30명에 달할 정도로 축구사랑이 뜨거운 학교다. 이 학교의 비전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교육이다.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키워나가겠다"는 강분이 풍기중 교장은 "기본기가 충실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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