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게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는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경계선이 너무나 뚜렷하게 명암이 대비되고 심지어 안에서 넘쳐난 당분이 껍질을 뚫고 나온 흰색의 분마저 군침을 돌게 한다. 적포도면 적포도, 흑포도면 흑포도, 청포도면 청포도 모두가 당최 무엇 하나 진짜 포도 같지 않은 게 없다. 제아무리 극사실적 그림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사진과 같을 수가 있을까. 아니 사진도 이렇게까지 사실적으로 오브제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을 터이다.
포도송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극단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2세대 극사실 계열에서 주목받는 한 명인 김대연 작가이다.
작가의 초기 작품이 바구니에 나열된 군집의 포도를 부감법(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조감법)으로 사진보다 정교한 묘사로 표현했다면 현재 작업은 자연 상태 그대로 이슬을 머금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포도송이에 역광 투사해 비춰지는 포도의 신비스런 색을 포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재와 환영을 넘나드는 환상'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김대연 작가의 초대전은 전시가 시작되기 전 이미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판매되는 등 콜렉터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포도알을 그려오면서 그 기법이 점점 더 사실적으로 변해왔고 그래서 '극사실 작가'라는 수식어도 얻게 됐지만 사진 같은 느낌을 탈피해야 한다는 일관된 생각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진 같은 느낌의 탈피"는 순수한 손놀림만으로 포도에 투사되는 빛이 어떤 아우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가 김대연 포도작품의 핵심인 것이다. 전시는 갤러리 히든 스페이스에서 18일(금)까지 열리고 있다. 문의 053)751-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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